법원 “시험기간 퇴학 심의대상 통보는 부당…방어권보장 안돼”

리더십 역량 연속 ‘저조’ 평가 육사생도, 퇴학처분에 승소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퇴학 심의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변론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면 퇴학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장순욱)는 육사 생도였던 A 씨가 육사 교장을 상대로 “퇴교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육사는 연 3회 사관생도의 리더십 역량 진단을 하는데 여기에서 누적해 5번 이상 ‘저조’ 평가를 받은 생도는 퇴학 심의대상에 오른다.

A 씨는 2016년 2학기 리더십 역량 진단 결과 받은 ‘저조’ 판정으로 인해 총합 5번째 ‘저조’ 판정을 받게 됐다. 학교 측은 지난해 12월 28일 그를 훈육위원회에 회부했고, 훈육위와 육사 교육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퇴학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A 씨는 학교 측의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훈육위 참석 통지를 받은 게 2학기 기말고사 기간 중이었고, 훈육위가 열린 시점은 기말고사가 끝난 당일 오후 3시여서 심의 내용도 정확히 모른 채 훈육위에 참석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기준이 모호한 리더십 역량 평가로 퇴교를 결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A 씨 주장대로 절차상 하자를 인정, “기말고사 시험을 준비해야 했던 A 씨로서는 훈육위 심의까지 준비할 시간적·정신적 여력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학교 측의 퇴교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마찬가지 이유로 A 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 줄 동기나 후배 생도를 찾는데에도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 씨가 실질적인 소명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육사가 당시 문서로 처분을 내리지 않고 그로부터 3개월이나 지나 퇴교처분서를 보낸 것도 절차상 하자라고 짚었다.

김리안 기자 kn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