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145) 55장 사는것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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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식당을 인수한 것은 사흘 후다. 사업 경험이 많은 김영태가 온갖 변수를 다 검토한 후에 중국인 대부업자로부터 식당을 인수한 것이다. 칭다오에서 야반도주할 때 가져온 15만 달러 중 10만 달러를 투자했고 식당 간판과 시설은 그대로 두고 메뉴만 싹 바꿨다. 옆쪽 식당과 비슷하되 차별화시킨 것이다. 이것은 옆 식당을 가본 박재영의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닷새 후의 개업식 날, 식당은 손님으로 만원을 이루었다.

“이대로만 가면 1년도 안 되어서 자본금 뽑을 수 있겠어요.”

밤 11시 반, 식당 청소를 마친 박재영이 주방에서 설거지하면서 말했다.

“식당은 음식 맛으로 승부를 내는 거죠. 제가 칭다오에서 맛있는 식당을 꽤 다니면서 맛있는 건 집에서 그렇게 만들어 보았다니까요.”

“김치찌개, 순두부, 콩나물국밥하고 비빔밥을 주메뉴로 해야겠어.”

김영태가 설거지를 거들면서 말했다. 이것은 모두 박재영의 손맛이다. 주방 일은 박재영과 서울 출신 아줌마하고 둘이 맡고 있다.

“손님이 많더라도 종업원은 더 늘리지 말아요.”

박재영이 말을 이었다.

“지금처럼 주방 둘, 홀에 둘이면 돼요. 바쁘면 사장님이 거들면 되고.”

“그러지.”

빙그레 웃은 김영태가 박재영을 보았다.

“박 여사가 사장님 하는 것이 낫겠어.”

“아유, 전 계산도 못 해요.”

“돈만 세면 되지 무슨 계산은?”

“손님 맞고 비위 맞출 주변머리도 없다고요.”

“낮에 보니까 손님들한테 아주 싹싹하던데 그래?”

“손님인데 할 수 없죠.”

“미나는 할머니하고 언제 도착해?”

미나는 박재영의 딸이다. 박재영이 자리 잡으면 부른다고 해놓고 열흘 만에 불러오는 셈이 되었다.

“모레요.”

김영태를 바라보는 박재영의 눈빛이 부드럽다.

“사람 사는 게 참 이상하죠? 갑자기 누가 선물을 주는 것처럼 일이 잘 풀릴 때가 있어요.”

“나도 그런데.”

박재영의 시선을 받은 채 김영태가 말을 이었다.

“내가 박 여사를 만난 게 행운이었던가 봐.”

“박 여사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럼 뭐라고 부를까?”

“재영아, 하세요.”

“그럴 수가 있나?”

머리를 젓다가 김영태는 씻던 그릇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깨지지는 않았다.

“서로 존중해줘야지.”

“사장님은 참 신사세요.”

“무슨 말이야?”

“다 아시면서.”

눈을 흘긴 박재영이 그릇을 씻었고 김영태도 입을 다물었다. 묻기 전에도 알고 있었다. 둘은 어제까지 싸구려 여관에서 한방을 썼다. 그런데도 김영태는 박재영에게 치근대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부터는 식당 안쪽에 딸린 방으로 옮겨 왔는데 첫날밤이 된다. 그때 박재영이 그릇에 시선을 준 채로 말했다.

“오늘 밤 저한테 오셔도 돼요.”

박재영의 목소리가 떨렸고 볼은 상기되었다. 열심히 그릇을 씻으면서 박재영이 말을 이었다.

“제 생각이지만 같이 살아도 돼요. 미나가 받아들일 기간만 주시면 설득할 자신이 있어요. 어머니는 물론 좋아하실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