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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Premium Life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4일(水)
트렁크의 끊임없는 혁신, 여행은 문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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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루이비통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전시회의 모습. 앙드레 시트로엥이 아프리카 횡단 탐험을 위해 주문한 금속 재질 트렁크 등 19∼20세기 초 당시 트렁크들의 모습.

DDP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비통 전시회

모래사막 위, 침대 형태로 제작된 나무 트렁크, 각종 물품을 담은 가지각색의 트렁크들이 놓여있다. 19세기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기 시작한 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한 전시장에서는 그 당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근거림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지난 8일부터 오는 8월 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루이비통’의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 비통(VVV)’ 전시회를 하루 앞서 7일 찾았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東京)에 이어 세 번째로 서울에서 개최됐고, 이후 미국 뉴욕으로 무대를 옮겨갈 예정이다. 1854년 시작된 루이비통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마치 루이비통과 함께 시간 여행을 하는 착각을 느낄 수 있다.

▲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전시회에 소개된 기차 여행과 함께 발달한 작은 크기의 트렁크와 그 당시 패션, 비행기 시대에 접어들며 유행한 핸드백,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에 선물한 가야금을 위한 트렁크(위부터).

루이비통은 스위스 국경 인근 앙쉐(Anchay)의 대대로 목수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나무를 다루는 데 익숙했던 루이비통은 1837년 파리에서 상자 제작자이자 전문 패커 일을 하며 명성을 쌓았다. 황실 전담 패커로 일하던 그는 1854년 메종을 설립했고, 혁신적인 여행가방 트렁크를 만들게 됐다. 전시회에서는 루이비통이 제작한 새로운 트렁크인 그레이 트리아농 캔버스 소재의 하이 트렁크를 만나볼 수 있다. 당시 트렁크는 돔 형태로 만들어져 적재해 운송하기 어려웠는데, 이 트렁크는 뚜껑을 평평하게 해 적재가 쉽고 방수가 되는 캔버스로 만들어 비에 강하고 가볍기까지 했다. 가볍고 튼튼한 이 트렁크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모조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루이비통과 모조품의 전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루이비통은 여행 수단의 발전에 맞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발전을 거듭해왔다.

▲  이본 프랭탕이 소유했던 구두만을 위한 슈즈 트렁크와 1906년 가스통 루이비통이 소유했던 모노그램 캔버스 소재의 트렁크(왼쪽).

디자인 면에서는 1888년 제작된 바둑판 모양의 다미에 캔버스에서부터 루이비통의 시그니처가 된 모노그램까지 디자인 혁신이 이뤄졌다. 루이비통의 아들인 조르주 비통은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알파벳 L과 V가 겹치는 패턴의 모노그램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장식된 꽃문양은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꽃을 사랑했던 어머니를 의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엇보다 기능 혁신이 끊임없이 이뤄져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옷장 트렁크, 신발만을 위한 슈즈 트렁크, 침대와 책상용 트렁크들을 볼 수 있다. 프랑스의 배우이자 가수였던 이본 프랭탕이 소유했던 30켤레의 신발을 위한 모노그램 캔버스 슈즈 트렁크도 전시돼있다. 루이비통 관계자는 “새로운 생활양식이 생겨나고, 새로운 경험을 추구했던 19세기, 루이비통의 혁신이 어우러지며 새로운 문화들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루이비통의 손자인 가스통 루이비통은 1954년 한 만찬 강연에서 “어떠한 용도로든 트렁크는 제작될 수 있습니다. 더이상 새로운 트렁크는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완전하다고 여겨지던 목록에 새로운 트렁크를 추가하는 일은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시계컬렉션, 테니스 라켓, 타자기, 낚시도구, 유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오브제들은 그 자체로 특별한 트렁크를 디자인하도록 영감을 줬습니다”라고 말했다.

‘여행의 발명’ 섹션에서는 자동차 브랜드 ‘시트로엥’의 창업주 앙드레 시트로엥이 1924년 만든 아프리카 횡단 탐험대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금속 소재의 실용적 트렁크들도 만나볼 수 있다. 루이비통은 기후와 교통수단, 탐험가들의 일정에 맞게 세면도구 키트 트렁크, 침대 트렁크 등을 제작했다.

초기 지붕이 없었던 자동차 여행에 필요한 고글, 장갑 등 소지품을 담기 위해 만들어진 모로코 가죽의 플랫백은 핸드백 패션을 창조했다.

20세기 초 항공기의 발전이 시작되면서 항공기용으로 제작된 작고 가벼운 트렁크와 가방들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옷과 신발, 모자 등을 넣어도 26㎏을 넘지 않도록 제작된 에어로 트렁크와 여성스러운 버전인 아비에트가 등장했다. 전시장 내 설치된 비행기 위에 다양한 모양의 가방들이 놓인 모습은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낸다.

마치 트렁크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제작된 ‘패션의 아름다움’ 섹션 룸에서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 등 유명 인사들의 루이비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1925년 파리 현대 장식미술 산업미술 국제박람회에서 선보인 밀라노 트렁크는 아르데코 스타일로 상아와 크리스털로 장식돼 섬세함과 독창성이 돋보인다. 이는 그레타 가르보, 캐서린 헵번, 로런 바콜 등의 사랑을 받았다.

루이비통은 수많은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서도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왔다. 앙리 마티스, 프랑시스 피카비아,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이 루이비통을 즐겨 주문했고, 데이미언 허스트와 비비언 웨스트우드, 마크 제이컵스 등 유명 디자이너 및 작가들과 협업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인 신디 셔먼과 2014년 협업한 데스크 형식의 화장품 케이스 ‘스튜디오 트렁크’를 볼 수 있다.

음악가들을 위한 특별 제작 트렁크들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가장 다루기 어려운 물품인 악기를 악기 특성에 맞는 나무 재질을 선택하고 섬세한 기능들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오방색과 마루로 꾸며진 한국관에서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했던 우리 전통악기와 이를 담은 트렁크들이 전시돼있다. 특히 지난 2015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국립국악원이 파리악기박물관에 기증한 가야금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루이비통은 가야금의 여정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가야금 트렁크를 제작했다. 피겨 스타 김연아 선수를 위한 스케이트 트렁크도 볼 수 있다. 전시의 마지막에서는 장인들이 직접 트렁크를 제작하는 현장을 마주할 수 있다. 루이비통의 근간이 된 나무를 소재로 어떻게 트렁크가 만들어지는지 직접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루이비통의 장인정신을 기리고 있다.

글·사진 =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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