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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
[정치]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4일(水)
“北억류 美대학생 코마 상태로 1년이상 방치됐다니 가슴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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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네스 배 씨가 지난 5월 31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억류 당시 상황과 현재 진행 중인 탈북자 지원 사업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최장기 北억류됐다 北인권단체 대표된 케네스 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 60조를 어겨 ‘국가 전복 혐의’ 죄목으로 15년 노동교화형이 선고돼 6·25전쟁 이래 북한 노동교화소로 보내진 최초의 미국인. 2014년 11월 8일 735일 최장기 억류기록을 세우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첫 미국인인 재미교포 케네스 배(45·한국명 배준호) 씨는 지난 5월 31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 회의실과 14일 오전 전화 통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장기 억류가 저를 탈북자 돕기 인권운동가로 탈바꿈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억류 17개월 만인 13일 코마(혼수) 상태로 석방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 사건과 관련, “웜비어가 집으로 돌아와 일단 기쁘다. 우리 가족은 그의 억류 소식을 들은 뒤 계속 기도해왔다”며 “코마 상태에서 빨리 깨어나 회복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배 씨는 “하지만 그가 1년 이상 코마 상태였다는 걸 미국 정부나 그를 북한에서 관리해 줄 스웨덴 대사관도 모르고 방치된 것 같아 마음이 굉장히 아프다”고 말했다. 미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지난해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의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뒤 1년 넘게 코마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 씨는 “억류 기간에 3번이나 노동교화소를 드나들며 낮에는 뙤약볕에서 콩밭일 등의 노역을 하고, 저녁에는 유일한 채널인 조선중앙TV의 위대한 지도자를 찬양하는 지겨운 체제 선전 ‘폭격’에 시달렸다”며 “억류 기간에 ‘여기서 나간다면 저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북한 인권운동가가 되어 주겠어. 이 나라가 거짓된 체제에 얼마나 철저히 사로잡혀 있는지를 온 세상에 똑똑히 보여주겠어’라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직접 보고 겪었기 때문에 고국으로 몸은 돌아왔지만 마음은 그곳에 남겨놓고 왔다”며 “지금은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억류당하면서 깨달은 것은 북한을 너무 몰랐다는 것”이라며 “북한을 쉽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지만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게 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국가에서 일반 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엿보게 됐다. 주민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알게 되면서 그 땅에 대한 마음이 더 강해지고 더 진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빛이 있던 시절의 삶을 완전히 잊어버린 땅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긍휼함(compassion)이 더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그토록 고통스러웠을 북한에 어떻게 ‘마음을 남겨놓고 왔다’는 표현을 쓰는지 궁금했다. 배 씨는 “빨리 통일이 돼서 북녘땅에 있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인권을 누리고, 말하고 싶은 것 맘대로 말하고, 하고 싶은 것 맘대로 하고, 가고 싶은 데 맘대로 가고, 믿고 싶은 것 믿을 수 있는, 인권이 보장되길 바라는 마음을 두고 온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흩어져 있는 수많은 실향민들의 아픔을 해소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된다면 저 땅의 모든 것이 다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정치·문화·경제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새로 바뀌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이바지했으면 좋겠다”며 “다시 하나 된 대한민국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되도록 하겠다는 바람으로 한국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배 씨의 부친은 1985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 초대 감독과 MBC 청룡 감독 및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야구팀 코치를 지낸 야구인 배성서(73) 씨다. 영남대 시절 김재박, 동국대 시절 김성한과 한대화를 길러내고 빙그레 이글스 재임 당시 장종훈을 연습생으로 발탁할 정도로 빼어난 안목을 자랑했다. 어린 시절 미국에 이민을 간 배 씨는 이런 부친과 달리 선교사의 길을 걸었다. 중국으로 가 탈북민 등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하던 그는 ‘조선 사랑 여행(love DPRK tour)’이란 슬로건으로 ‘네이션스 투어(Nations Tour)’ 여행사를 만들었다. 세상 사람들이 북한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2010∼2012년 아프리카·유럽·중남미·아시아 등 17개 나라 관광객 총 300명을 데리고 18번 방북했다. 그러던 중 2012년 11월 3일 18번째 방북 때 새 노트북을 교체하면서 외장 하드를 갖고 들어가는 실수를 했다.

배 씨는 “그 속에 중국과 북한에서 활동하는 다른 선교사들의 사진을 포함해 8000여 개의 사진과 동영상 클립이 들어 있었다”며 “지독한 굶주림에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모습을 담은 200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노스코리아’ 동영상 클립도 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파일 속엔 북한 선교 구상인 ‘여리고 작전’이 담겨 있었던 탓에 반(反) 공화국 종교 쿠데타 혐의를 받게 됐다. 기독교인들을 북한에 데려가 기도와 예배를 하도록 한 사실이 국가 전복 음모가 된 것이다.

이후 배 씨의 억류는 북한의 인질 외교극 실체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그는 “노동교화형 15년을 구형한 검사가 두 달 뒤 찾아와서 ‘왜 미국 정부에선 너를 위해 힘을 쓰지 않느냐’고 하는 얘기를 듣고 결국 저에 대한 억류가 미국 정부와 대화하기 위한 협상물, 인질 카드임을 깨달았다”며 “북한은 미국의 전 대통령 등이 최고지도자 앞에 찾아와 고개를 숙여 미국의 말썽꾸러기 중 하나를 용서해달라고 빌기를 원한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의 검찰은 배 씨에게 “가족에게 미국 정부로 연락해서 대통령에게 당신의 특별사면을 요청하라. 그것만이 당신이 집에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수없이 얘기하고 기자 인터뷰를 주선했다고 한다.

노동교화소와 병원을 오간 배 씨는 영양실조로 몸무게가 27㎏이나 빠졌다. 그때 김 위원장을 방문한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CNN에서 배 씨를 비난하는 말을 하면서 배 씨의 억류 사실은 미국에서 핫이슈가 됐다. 로드먼은 2014년 초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함께 뛰었던 10명의 선수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노래까지 불러줬다. 로드먼은 CNN 기자가 배 씨 이야기를 김 위원장에게 할 계획인지를 묻자 “배 씨가 북한에서 뭘 했는지 알기나 하느냐”며 마치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로 인해 배 씨 억류 사실이 미 전역에 알려졌다. 배 씨는 “로드먼은 나중에 인터뷰 당시 만취해 있었다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하튼 로드먼의 망언이 제 석방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 그런 측면에서 고맙다고 석방 후 인터뷰에서 얘기했다”며 “그랬더니 로드먼은 자기 덕분에 제가 석방됐다고 홍보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배 씨는 이후 특사로 파견된 제임스 클래퍼 당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인도됐다. 당시 특별사면식 행사장에 나타난 인물은 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사형을 주도했던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었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 탈북자 돕기에 나선 배 씨는 “한국 정부가 젊은 탈북 세대의 직업 등 일자리 문제에 적극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금 하나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취업 단계까지 연결되기란 쉽지 않다”며 “대부분 일용직에 머물고 정규직은 꿈도 꾸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문제에 이어 두 번째로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주거 대책”이라며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임대주택 받기가 어려워져 지방으로 내려가는데 일자리가 없어 다시 수도권에 와서 고시원이나 월세로 생활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씨는 북한 인권재단이 정치적 문제로 출범도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처음엔 반응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한국 정부와 세계가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고 계속 거론하게 되면 북한도 스스로 조심하게 된다”며 “북한도 외부세계가 제기하는 인권유린 행위 문제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가 북한 주민 인권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북한 내부도 변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인권 개선 요구를 외면한다면 통일 후에도 북한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씨는 이어 “유엔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채택됐는데 한국에서도 북한인권법이 빨리 실행돼야 한다”며 “탈북민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지만 북한인권법과 북한인권위원회 발족을 통해 북한 주민 인권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정부 차원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씨는 북한 인권 관련 단체인 ‘서빙라이프(Serving Life International)’ 공동대표로 일하는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서빙라이프는 탈북민 구출 정착 지원과 영어학교 영어캠프 운영은 물론 중국에서 탈북자녀를 위한 ‘소망의 집’을 운영 중이다.

그는 “엄마가 인신매매로 팔려가 중국인 아버지와 결혼해 낳은 중국 내 탈북자녀들은 중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엄마가 북송당해 버려진 아이들”이라며 “고난의 행군시기 이후 이들은 최소 2만∼3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서빙라이프는 오는 8월부터 이들을 수용할 기숙학원인 J-하우스를 중국 대도시에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북한 억류 이야기인 ‘잊지 않았다(Not Forgotten)’(두라노)를 펴낸 배 씨는 오는 8월 7∼12일 제주도에서 탈북민과 해외교포, 한국인 등이 참가하는 통일 영어캠프도 개최할 예정이다.

인터뷰 = 정충신 부장(정치부)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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