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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World & Idea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4일(水)
카타르 사태, ‘아마겟돈’의 前兆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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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지난 5일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 아랍 수니파 국가들이 카타르 단교(斷交)를 선언하면서 시작된 카타르 사태는 냉전 당시의 ‘베를린 봉쇄’를 연상케 하는 ‘카타르 공수 작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는 카타르 식량 수입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남쪽 육로를 봉쇄했으며, UAE는 카타르 선박이 제벨 알리 항(港)으로 들어오는 것을 금지했다. 카타르는 수심·설비 등의 문제로 UAE의 제벨 알리 항을 수출입 환적항으로 이용해 왔다. 이에 카타르는 이란 영공을 통해 식량을 공수하고, 오만의 항구를 통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하는 것으로 맞서고 있다.

현재 중동 정세는 반(反)카타르와 친(親)카타르의 대립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우디 등 아랍 수니파 국가들이 반카타르 전선을 형성하자, 비(非)아랍 국가인 이란과 터키가 카타르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이라크로부터 침공당한 경험을 지닌 쿠웨이트와 시아파 국가인 오만은 중립 혹은 중재를 자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이란 테헤란에서 성역(聖域)으로 간주되고 있는 아야톨라 호메이니 무덤과 국회의사당에서 연쇄 테러 사건이 발생하고, 그 배후가 수니파 급진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로 알려지면서, ‘아마겟돈 전쟁’의 전조(前兆)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수니파 아랍 국가들이 카타르를 봉쇄한 것은 첫째, 카타르가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가 수니파이면서도 ‘균형외교’란 명분하에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배신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둘째, 사우디 등은 카타르가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의 ‘돈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카타르가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과 같은 반체제 세력에 지원금을 보내고, 이들의 망명지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못마땅한 것이다. 셋째, ‘눈엣가시’ 같은 알자지라 방송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사우디 왕실 등의 비리 사실 등을 폭로하는 방송을 아랍 전역으로 내보내고 있다.

카타르는 사우디에 붙어 있는 반도 국가다. 인구는 260만 명인데, 카타르인은 30만 명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다른 아랍국가나 인도·파키스탄에서 온 외국인이다. 1971년 독립한 카타르는 사실상 ‘사우디의 속국’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의 붕괴로 아라비아 반도에서 사우디가 독립했으나, 당시 이 지역 패권을 장악하고 있던 영국은 석유·천연가스 매장지 혹은 해군 기지였던 걸프만의 일부 지역을 보호령 등으로 유지하다가 훗날 독립시켜 줬다. 그 덕분에 사우디가 되지 않고 따로 독립할 수 있었던 국가가 카타르·바레인·UAE·오만 등이다. 이에 사우디는 이들 국가를 ‘사우디의 홍콩’쯤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1995년 셰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가 아버지를 몰아내고 천연가스를 팔아 번 돈을 무기로 ‘자주 외교’를 진행하면서 사우디와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이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시아파의 세력 팽창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고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의 IS를 내심 지원하고 있을 정도다. 이번 카타르 봉쇄에 바레인이 적극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바레인 왕실과 집권세력은 수니파이나, 바레인 국민의 약 70%는 시아파로 추정되고 있다. 그래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바로 이웃한 카타르가 시아파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으니 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카타르 사태에는 수니파 대 시아파라는 해묵은 종파 갈등 이외에도 왕정 대 공화정, 아랍 대 비아랍, 이슬람주의 대 개혁주의라는 ‘중동의 4대 갈등 축’이 모두 녹아 있다. 일부에선 카타르 왕정을 개혁파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헌법이나 실재적 내부 통치를 살펴보면, 이슬람 율법주의적 절대왕정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지 대외 문제에서 다소 진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해석하기에 따라선 체제 유지를 위한 ‘보험금’ 성격이 강하다.

카타르는 천연가스 달러로 평화를 사고, 이를 통해 지역의 중견국(middle power)이 되고자 했다. 세계 액화천연가스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부펀드 3조3350억 달러를 운영하고 있고,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1만 병력을 유지하는 것도 벅찬 것이 카타르 인구 상황이다. 사우디가 카타르를 무력 침공하지 못하는 것은 카타르의 달러 외교 때문이 아니라, 카타르의 미군 기지 덕분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미국 중부군의 지역 사령부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있다. ‘낀 나라’ 생존전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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