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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인구 기자의 컬처 톡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4일(水)
작가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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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소설가 김훈의 ‘남한산성’(학고재) 100쇄 출간을 기념하는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2007년 첫 출간 이후 59만 부나 팔렸다고 하네요. 작가의 땀과 노력, 출판사의 뚝심이 일궈낸 실로 대단한 결실입니다.

380여 년 전 풍전등화 같았던 나라의 위기를 빈틈없는 상상력으로 버무린 솜씨는 둘째 치고, 무려 472쪽에 이르는 원고는 어디서 어떻게 썼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김 작가는 요즘도 경기 고양시 일산 자택에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하더군요. 호수공원 옆에 있는 호젓한 공간입니다. 평소 별다른 일이 없더라도 이곳으로 ‘출근’해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 작가가 오피스텔에서만 쓰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변화를 위해 멀리 떠납니다. 2011년 10월 소설 ‘흑산’(학고재)을 출간하기 전에는 5개월간 경기 안산시 대부도 부근 선감도에서 칩거했습니다. 의자에 묶이듯 앉아 밥 받아먹는 게 싫어서 비행기는 안 타지만, KTX 타고 방방곡곡 여행하는 건 즐긴답니다. 하도 많이 다녀서 “KTX 타고 가다가 도중에 문득 창밖을 봤을 때 눈에 걸리는 산세만 보고도 그 지역이 어디인지 알아맞힐 정도”라고 하네요.

다른 작가들의 창작 공간은 어떨까요. 지난 4월 장편 ‘뜻밖의 생’(문학동네)을 펴낸 김주영 작가는 경북 청송 객주문학관이 집필실 겸 교류의 공간입니다. 연중 수개월씩 그곳에 머물며 책을 쓰거나 창작 스튜디오를 찾아온 후배 문인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문학을 논합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김 작가는 “꼭 놀러 오세요. 대신 보름 전에만 알려주면 됩니다”라는 인사를 입버릇처럼 합니다.

이달 초 장편 ‘운미 회상록’을 발표한 김원우 소설가는 출퇴근형입니다. 샐러리맨처럼 매일 서울 강동구 길동 자택 인근의 집필실로 출근합니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한 번도 어기는 법이 없습니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게 작가라고 하지만 그에게 소설은 정직한 노동의 결과일 뿐입니다.

‘토지’ 박경리 작가의 글 쓰는 습관도 매우 독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6권에 이르는 대하소설 ‘토지’에는 무려 7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도대체 그 많은 인물의 이름이나 캐릭터를 혼동하지 않은 비결은 뭘까요. 한쪽 벽면에 인물 관계도를 그렸답니다.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관계를 그물망처럼 그려놓고 수시로 그것을 참조하며 글을 썼다는 겁니다. 한 번쯤 새겨볼 만한 팁이 아닐 수 없는데요. 자, 이제 여러분도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쓸 준비가 됐나요.

clark@munhwa.com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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