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간 北 억류됐던 美대학생 혼수상태로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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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수석 조지프 윤 평양행… 北核 탐색전
北美 직접대화 물꼬 트나 주목

웜비어 17개월만에 미국으로
가족들 “보툴리누스 중독증
작년 3월이후 코마상태 빠져”

북한에 17개월째 억류돼 있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를 석방하는 과정에서 미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지프 윤(사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직접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북·미 대화 ‘물밑 타진’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한편 억류됐던 웜비어는 코마(혼수상태)인 채로 석방된 것으로 알려져 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13일 성명에서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웜비어의 석방을 확보했다”며 “웜비어가 가족과 만나기 위해 귀국 중”이라고 말했다. 미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지난해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의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같은 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은 웜비어의 석방을 이끌어 내기 위해 윤 특별대표를 평양으로 파견했다. AP 등에 따르면 윤 특별대표는 지난 12일 오전 북한에 도착해 동행한 두 명의 의료진과 함께 웜비어를 만났으며 북측에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석방을 요구했다. 특히 윤 특별대표는 이번 방북에 앞서 사전에 북측과 접촉하기도 했다. AP는 국무부 설명을 인용해 윤 특별대표가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한 외무성 관계자를 만났고, 이 접촉에서 북측은 웜비어를 포함해 북한에 억류 중이던 4명의 미국인에 대한 영사 방문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윤 특별대표와 북한 외무성 관계자들 간의 오슬로 접촉은 지난 5월 8~9일 오슬로에서 열린 북·미 간 1.5트랙(반민반관) 대화를 계기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측에서는 ‘미국통(通)’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 등이, 미국 측에선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 재단’의 수전 디매지오 국장과 토머스 피커링 전 유엔주재 대사 등이 참석했다. 또 오슬로 접촉에 이어 북측이 추가 접촉을 강력히 요구해 지난 6일 윤 특별대표와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뉴욕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특별대표의 이번 방북에서 미국인 석방 문제가 최우선 사안으로 논의됐겠지만,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웜비어의 가족들을 인용해 “웜비어가 현재 코마 상태로 귀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월 북한의 법정 선고 때 모습을 드러낸 이후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고, 수면제를 복용한 후 1년 넘게 코마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거주 중인 그의 부친은 현지 언론에 14일 웜비어의 석방 및 건강상태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