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英 원하면 EU 잔류를”… 메이 “브렉시트협상 내주 시작”

英·佛 정상회담 후 회견서
‘총선 패배’ 메이에 굴욕 안겨
獨 재무도 “EU문 열려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3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영국이 원한다면 유럽연합(EU)에 잔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결정을 바꾸길 원한다면 (EU의) 문은 열려 있다”고 영국에 손짓했다. ‘레이디 브렉시트’라고 불릴 정도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 온 메이 총리가 총선 실패 이후 국내외서 굴욕을 당하는 모양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을 방문한 메이 총리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협상이 종료되기 전까진 언제나 (EU의) 문은 영국에 열려 있다”며 “협상이 진행될수록 더더욱 되돌리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가 총선 실패 이후 영국 내 브렉시트 반대론자들의 역풍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영국 야권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독립하는 ‘하드 브렉시트’만을 고집해 온 메이 총리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법한 일이다.

이에 대해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 일정은 그대로 진행돼 다음 주에 시작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우리(영국)는 EU 및 각 국가와 가까운 관계,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다소 부드러운 입장을 취했다. 집권 여당인 보수당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는 하드 브렉시트 포기 요구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독일도 정치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한 메이 총리를 프랑스와 더불어 압박했다.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에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쪽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고 우리는 그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만일 그 결정을 (영국이) 바꾸길 원한다면 (EU의) 문은 열려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親)EU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압승을 거둔 것,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젊은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것 등이 “EU가 미래를 쥐고 있다고 보는 근거”라고도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영국과 프랑스 양국 정상은 인터넷상의 테러 예방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두 정상은 구글, 페이스북 등 SNS 기업들이 테러집단의 선전물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업이 온라인상의 유해한 내용을 삭제하도록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