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힘만 키워주는 대법관 추천위

제청 3배수보다 많은 8명 추천
법조계 “권한 스스로 포기해
대법원장 선택권 넓혀” 지적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이상훈(61·사법연수원 10기)·박병대(60·12기)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 인원의 3배수’에 해당하는 6명보다 많은 8명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것을 놓고 15일 법조계 안팎에서 비판론이 비등하고 있다. “추천위가 스스로 권한을 줄여 여러 후보를 추천해 결국 대법원장이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추천권을 적극 행사하지 않고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에 앞서 ‘요식 행위’를 반복하는 추천위를 차제에 개편,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 행사를 효과적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천위는 전날 변호사 2명과 현직 법원장 3명, 여성 법조인 3명 등 8명의 대법관 후보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을 보면, 추천위는 ‘제청 인원의 3배수 이상’의 후보를 추천하면 된다. 추천위의 뜻을 최대한 관철하기 위해서는 3배수인 6명을 추천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보다 많은 후보를 추천하면, 양 대법원장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추천위는 지난해 7월 이인복(61·11기) 전 대법관 후임자 인선 당시에도 3배수인 3명이 아닌, 4명을 추천한 바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3배수만 추천해도 후보가 많다”며 “많은 사람을 추천하는 것은 제청권자의 선택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천위에는 필연적으로 대법원장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현재 추천위원 10명 중 6명은 대법원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선임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이 당연직 추천위원으로 참여하고,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과 비법조인 중 3명을 대법원장이 추천위원으로 임명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추천위원 수를 15~20명으로 늘리고, 외부 인사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천위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를 보장하되, 제청권이 올바르게 행사될 수 있도록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2명의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는 양 대법원장은 ‘엘리트 판사 출신’ 1명에게 대법관 한 자리를 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추천위 회의 과정에서도 판사 추천위원들은 현직 판사를 추천 후보로 민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받은 8명 중 현직 법원장으로는 안철상(60·15기) 대전지법원장, 이종석(56·15기) 수원지법원장, 이광만(55·16기) 부산지법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안 법원장은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법원도서관장 등을 지내 제청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머지 한 자리는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감안, 재야 변호사나 여성을 제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재야 변호사로는 조재연(61·12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와 김선수(56·17기)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가 추천됐다. 여성 법조인 가운데는 김영혜(58·17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와 민유숙(52·18기)·박정화(52·20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추천됐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