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 코앞인데… 사법부 안팎서 ‘잡음’

행정처가 대표 명단 취합하자
판사들 “회의 관여 의도” 비판

선출된 대표들 성향 놓고서도
“개혁 동력 약화 될까 우려돼”

오는 19일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 문제 등을 토의할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법원행정처의 회의 개입 정도·선출된 대표들의 성향 등을 놓고 사법부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5일 전국 각 법원에 따르면 법관회의에 참가할 판사대표 총 100명을 선출한 명단을 현재 행정처가 취합해놓은 상태인데 이를 놓고 “행정처가 왜 관리하느냐”는 내부 불만이 나왔다.

또 법관대표 선출에 앞서 행정처가 권역별·법원별 인원을 할당해 권고했던 것에 대해서도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과대 대표성 등을 이유로 내부 반발이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판사들은 “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성토하는 자리에 참석할 판사들의 숫자와 명단을 행정처가 관리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행정처 관계자는 “법관회의에 관여하겠다는 의도가 결코 아니며, 회의 참석자들의 숙소 문제 등 지원을 위해 불가피하게 취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관회의 측은 “다소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법원별로 분배된 인원수대로 대표판사를 자발적으로 선출하고 그 선출 결과를 행정처에 통지하기로 합의를 봤다”면서 ‘자발적 선출’임을 강조했다.

행정처의 개입 여부를 둘러싼 불만 외에도 ‘선출된 대표들이 과연 얼마나 개혁에 앞장설지도 의문’이라는 말들이 법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할 텐데, 좀 더 개혁적이라고 분류될 수 있는 판사들이 대표 선발전에서 배제되는 걸 보고 회의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판사는 “실제 법원 전체적으로 보면 배석판사는 업무가 가중된 탓에, 부장판사는 급격한 조직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성향 등으로 인해 회의 관심도나 발언 수위가 낮아질까 우려한다”고 전했다. 반면, 법관회의 측은 “현재 전체 대표판사들 100명이 모인 토론방에서 의사 개진이 활발한 편”이라면서 “개인별 성향을 속단할 수 없지만, 각 법원에서 설문조사 등을 통해 법관회의에서 논의할 방안 등을 취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열릴 법관회의에서 판사대표들은 △법관회의 상설화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 재조사 △사법행정 제도 개선 등을 주제로 토론할 예정이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