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행복한 복지’ 찾기 프로젝트>“사회복지사 ‘유데모니아’높을수록 국민 행복도 높아진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은 사회 곳곳에서 국민의 행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북한을 탈출한 뒤 한국사회 적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새터민들과 함께 농촌체험(왼쪽 사진)을 하며, 가족 없이 홀로 지내다 사망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장례식 상주(가운데)를 대신 맡기도 한다. 또 명절 때마다 외로운 독거노인과 함께 합동 차례를 올리며 자식 역할을 하는 것도 사회복지사들이다. 자료사진

② 사회복지 종사자의 ‘가치’

아산사회복지재단 연구 결과
사회복지사가 추구하는 가치
인간존중 · 삶의 질 향상 ‘으뜸’

직업환경 좋으면 선순환 효과
열악한 보수 등 해결할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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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사회복지사 A 씨는 종합복지관에서 문화예술 관련 업체로 이직했다가 다시 복지관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가진 가치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할 때, 직원들 간에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 2노숙인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B 씨는 “힘든 상황에서 삶을 다 놓았던 모든 사람을 다시 살아나게끔 해주는 일을 저희가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일이 성공했을 때 오는 보람이 가장 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회복지와 국민 행복에 대해 분석한 결과, 사회복지 종사자가 인간과 사회의 복지에 대해 가지는 ‘가치(values)’가 궁극적인 유데모니아(eudaimonia)와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데모니아는 장기적 목적성을 가진 가치적 행복을 말한다. 이들이 인간과 사회에 대해 사회복지적인 가치관을 높게 가질수록 높은 직업적 유데모니아를 경험하고, 그것이 국민 행복에 더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또 직업적 환경이 향상될수록 사회복지적 가치가 유데모니아를 더욱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복지 종사자가 국민을 도울 수 있는 직업적 환경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행복 증진을 위한 사회복지 = 사회복지는 현대 자유주의 사회에서 ‘공유된 선’을 추구하는 역할을 하며, ‘삶의 긍정적 변화를 만듦’을 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기능은 인간 행복 증진에 있다. 헌법적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34조 2항에는 ‘이를 위해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에서 다양하게 실천돼온 사회복지가 실제 국민을 위해 기능하기 위해서는 일선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 종사자의 가치 또한 중요하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 사회복지는 공공분야 외에 민간분야에서도 활발해지고 있다.

◇유데모니아 확산하는 사회복지사 = 학계에서는 행복의 과학적 측정을 위해 웰빙·만족감·삶의 질 등 여러 개념을 사용해 왔다. 그러던 1960년대 초 사회과학자들이 행복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사회복지)가 웰빙·만족감·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확인했다. 사회복지가 대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이나 노약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이 사회복지에 대해 행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관심도가 높다. 직업적 관심일 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정서이기도 하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복지 현장에서 서비스 대상자의 행복에 관심이 많고 행복 증진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회복지 전문가가 일을 통해 얻는 개인 내적인 만족감인 유데모니아는 매우 중요하게 평가된다.

긍정적 정서가 높은 사람은 대인관계에서도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긍정적 기분을 유지한다. 반대로 부정적 정서가 높은 사람은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긍정적 정서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 경우 이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사회복지사가 긍정적인 정서를 유지하게 되면 사회복지 대상자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제공할 것이며, 부정적 정서를 많이 받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게 된다. 인과고리의 부정적인 측면을 없애는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회복지 가치는 인간 존중 =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학술지원사업을 통해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본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가치, 그리고 유데모니아’를 분석했다. 사회복지사 20명을 대상으로 한 ‘표적 그룹 심층 면접(Focus Group Discussion·FGD)’과 함께 사회복지 전문가 20명 대상 델파이 조사, 사회복지사 397명과 일반인 1357명을 대상으로 한 양적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우선 사회복지가 국민 행복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복지사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국민 행복의 요소를 경제 수준, 교육, 고용, 인간관계, 신체건강, 정신건강으로 구분해 살펴본 결과, 특히 ‘정신건강’과 ‘인간관계’가 5점 만점에서 각 4.31점과 4.16점으로 가장 높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회복지가 국민 행복에 미치는 과정 속에서 어떠한 가치를 추구했는지 분석하기 위해 델파이 조사를 통해 △인간존중 △삶의 질 향상 △클라이언트의 변화 △평등한 권리와 기회의 보장 △사회정의 추구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공동체로서의 연대감 △사회복지사의 자아실현 △나눔활동 실천 등 9가지를 대표적 가치로 선정했다.

분석 결과 ‘인간존중’이 4.65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삶의 질 향상’ 4.57점, ‘클라이언트의 변화’ 및 ‘평등한 권리와 기회 보장’이 각 4.44점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사의 행복도를 살펴본 결과, 이들이 경험한 행복은 ‘클라이언트의 변화’가 4.25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사람에 대한 가치 실현’ ‘역량강화 및 자아실현’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행복하지 않은 경험으로는 ‘희생 강요’가 4.08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열악한 보수’ ‘많은 업무’ 등이 뒤를 이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