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韓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사 착수… 전방위 ‘통상압박’ 시동

‘점유율 38.5%’ 월풀서 청원
철강 이어 반도체에도 ‘경고’
美기업 독점적지위 강화 의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자국 가전업체인 월풀이 청원한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사에 착수했다. 월풀이 자국 세탁기 시장에서 40%에 육박하는 엄청난 점유율(판매량 기준·자회사 브랜드 포함)을 차지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를 지렛대로 삼아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가전업계는 “혁신 경쟁을 제한해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 것”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5일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트랙라인에 따르면 월풀은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지난 1분기 38.5%의 점유율을 기록,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2012년 41.8%, 2013년 40.7%, 2014년 40.6%, 2015년 39.1%, 2016년 38.4%로 4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월풀이 세이프가드 발동을 청원한 것은 미국 시장에서 세를 넓혀 온 한국 가전업계의 도전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12년만 해도 각각 6.6%와 10.1%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16.2%와 13.1%, 올 1분기 17%와 13.4%로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 왔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ITC 조사에서 자국 산업의 피해가 없었다는 점과 세이프가드가 미국 소비자와 유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홈페이지에 게재한 ‘월풀의 ITC 청원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혁신을 저해하고 가격 상승을 부추겨 소비자에게 피해를 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는 미국에서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수십 년 동안 공장, 연구·개발(R&D) 및 디자인 센터에 270억 달러(약 30조2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지속해서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전제한 후 “삼성 세탁기를 선택한 소비자는 디자인과 혁신을 선택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미 정부는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반도체도 안보를 이유로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어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방위적인 ‘통상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편승해 해외 기업을 공격하고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