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韓·日 경계 넘어 학문의 영역서 논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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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학자 14명·김철 연세대 교수
논점정리 ‘대화를 위해서’ 출간

한국과 일본 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근래 논란의 중심에 있던 저자와 책은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뿌리와이파리·2013년 8월 출간)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어 재협상 여부가 주목되고, 3년 전 나눔의집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9명이 박 교수 등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고소 중 형사재판 항소심이 16일 열린다.

이런 가운데 일본 학자 14명과 한국의 김철 연세대 국문과 명예교수가 명예훼손 여부에만 초점이 쏠린 ‘제국의 위안부’를 학문의 영역에서 논의해 보자고 제안하는 주장을 엮은 책 ‘대화를 위해서’(뿌리와이파리)가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

‘제국의 위안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민족적 관점에서 벗어나 이전까지 학계에서 언급하지 않던 계급과 가부장적 질서에서 성의 위계, 제국주의의 속성 등 다양한 층위에서 살피고 있어 기존 서술에 익숙한 독자들을 불편하게 한다.

또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해온 특정 단체에 의한 ‘정의의 독점’과 ‘기억의 편취’ 문제를 처음 제기해 충격을 줬다. 출간 당시에는 언론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2014년 6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매춘부’나 ‘일본군의 협력자’로 매도됐다”며 소송을 제기, 많은 논쟁을 부르며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책의 머리말에서 니시 마사히코(西成彦) 일본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상상 이상으로 완고해 ‘대화다운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한·일의 경계를 넘어선 대화를 위해 논점을 정리하려고 시도한 것”이라고 책의 발간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인 저자들은 조선인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증적 접근을 어렵게 하는 ‘소녀상’ 이미지 등 대체로 박 교수의 주장에 동의한다.

여성학, 역사학, 국제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참여 학자 중 외교관 출신인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 도쿄(東京)산업대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 차원의 국가구축과 대외관계를 귀결하는 ‘역사인식의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그 커다란 기초가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로 정착시킨 ‘과거를 돌아본다’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행히 아베(安倍) 담화는 가장 본질적인 의미에서 무라야마 담화의 연속성에 자리하고 있다”고 말해 한국 쪽의 인식과는 차이를 보인다.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이번 책은 다시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