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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5일(木)
文 대통령, 협치 안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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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입만 열면 “협치(協治)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이 정권은 협치가 뭔지를 모르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12일 오후 국회에 와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도와달라며 시정연설을 했다. 감성적인 PPT를 동원했고 연설 후엔 일부러 야당 지도부 자리로 가 악수를 청하는 ‘스타일 정치’를 과시했다. 그러고는 하루 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정국이 급랭한 가운데 김 위원장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이 열린 13일 오후 청와대 본관은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 입장 전 김 위원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김수현 사회수석,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등이 희희낙락하며 끼리끼리 어울려 사진을 찍었고 이를 보다 못한 전병헌 정무수석이 “지금 그럴 때냐”고 화를 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지금까지 임명 혹은 내정한 장관급 인사 17명 중 15명이 ‘친문(친문재인)·코드·보은’ 인사로 채워졌다. 대선후보 시절에는 “정파를 초월한 대탕평인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선거운동용 전술로 드러났다.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5대 비리 공직 배제’ 원칙은 이낙연 국무총리 인사 때부터 깨졌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여성비하 표현,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상습적인 임금 체불 의혹,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석·박사 학위논문 표절 등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도 강행할 태세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민 여론만 보고 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반발하는 것을 ‘반대의 관성’ 정도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유럽 국가들은 다수당이 소수당에 내각의 장관 자리를 내놓는 데서 협치를 시작한다. 임기 8년 중 6년을 여소야대로 지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집무 시간의 70%를 야당 인사를 만나는 데 썼다. 레이건의 퇴임 직전 지지도는 취임 직후 지지도보다 높았다. 득표율 41%, 국회 의석 비율 40%라는 ‘0.4 소수정권’으로 출발한 문 대통령에게도 협치는 필수다. 스타일 정치만으로는 나라를 끌고 갈 수가 없다. 야당과 권력을 나누고, 협력의 명분을 주고, 집권당이 틀어쥔 공적 자원을 배분하고, 법안과 정책을 공유해야 한다. 협치는 여권이 힘을 빼는 것에서 시작된다. 협치 불발의 1차적인 책임은 내려놓지 못하는 여권에 있다. 그게 협치의 ABC다.

계곡이 깊으면 야산도 태산처럼 보인다. 80%를 넘나드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걸 보여준다. 하지만 민심은 바람 앞의 풀과 같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 듯 쉬워 보이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드센 기세를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감성 충만한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시정연설에서는 “국회를 존중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의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초심을 잃으면 협치가 어려워지고 국정 운영도 어려워지며 적폐 청산의 노력도, 개혁과 혁신의 구호도, 정책적 비전도 허망해질 것이다. 그때 앙시앵 레짐을 탄핵하며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던 구호, ‘이게 나라냐’는 칼날 같은 민심이 이 정권을 향할 수도 있다. mi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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