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중재’ 마크롱, 美 빠진 중동서 존재감

모로코 방문… 단교사태 논의
이달말 걸프국 지도자 만날듯
국제사회 리더 자리매김 행보

“중재안 찾기 위한 대화 시작”
유엔도 갈등 해결 개입 선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카타르와 걸프국가 간 단교 사태의 중재자로 나서며 중동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미국이 빠진 중동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유럽을 넘어 국제사회의 강력한 리더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유엔도 카타르 단교 사태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선언하면서 갈등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중재 움직임이 빨라지는 분위기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모로코를 방문, 무함마드 6세 모로코 국왕과 만나 카타르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할 예정이다. 엘리제궁 측은 마크롱 대통령의 모로코 방문을 알리며 “모로코 국왕과 함께 카타르 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프랑스와 모로코가 함께 중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지도자는 또 테러 문제 및 리비아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이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국왕과 각각 회담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 일정이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엘리제궁 측은 “마크롱 대통령은 모든 국가 지도부들과 이야기를 하며 유화정책을 요청했다”면서 “이러한 노력의 결과들이 중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6월 마지막 주에 카타르 사태 해결을 목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걸프국가의 지도자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유엔도 카타르 단교 사태에 개입을 천명했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성명을 통해 “15일 카타르·UAE·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이집트의 장관들이 캐나다 몬트리올에 모여 협상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ICAO는 “모두가 동의하는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카타르와 UAE는 국제 항공서비스 체제를 촉진하기 위해 1994년 타결된 ‘시카고협약’에 따라, 가장 강력하게 국가 간 항공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온 국가들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한편 카타르는 미국으로부터 120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 규모의 F-15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미 국방부의 성명을 통해 14일 보도했다. 미 의회는 앞서 210억 달러 규모의 F-15 전투기 72대에 대한 판매를 승인한 바 있지만, 이는 친미성향의 걸프국가와 카타르가 단교하기 전의 상황이다.

중동전문가인 폴 설리번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에 대해 “카타르 단교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여주는 매우 혼란스러운 결정”이라며 “이처럼 과열되고 복잡한 상황에서 최악의 행동은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