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정부 들어 첫 大法官 인선 ‘이념 편향’ 경계해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14일 이상훈·박병대 전 대법관(大法官) 후임으로 출신 지역과 대학, 성별을 안배해 김선수 변호사 등 8명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양 대법원장은 곧 이 중 2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문 정부 들어 첫 대법관 인선(人選)인 이번 제청은 ‘사법권력’ 구성 변화의 방향과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재야 출신과 여성이 인선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자회의도 사법개혁의 목소리를 내며 이번 인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사법부에 대해 일각에서는 법원 순혈주의와 보수적 판결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약자 인권 보호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판결의 다양성을 의미할 수는 없다. 사법부의 판결은 오직 현행법 취지에 충실해야 하며, 특정 법관의 이념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따라서 대법관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법치를 통해 수호하겠다는 의지다. 과도하게 보수 또는 진보 편향이면서 그런 활동에 관여해온 인사들은 배제되는 게 맞다. 최고법원의 법 해석이 급격히 달라지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법치의 권위와 신뢰도 훼손되기 때문이다. 판결이 재판부에 따라, 또 심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인상을 주면 ‘법의 지배’는 무너진다.

문 대통령 임기 중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구성의 대변화가 예정돼 있다. 이번 인선은 그 첫 단추인 만큼 관심이 더 쏠릴 수밖에 없다. 양 대법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외풍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오직 법치주의 발전만 바라봐야 한다. 이미 사법부 안팎에서는 우려할 만한 압력이 가시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양 대법원장도 ‘코드 대법관’이라는 말이 결코 나오지 않게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법관 인사청문회 및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정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