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들에겐 ‘비판적 사고’로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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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화된 거짓말 /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 레디셋고

지난해 12월 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솔즈베리에 사는 에드거 웰치라는 20대 청년이 차를 몰고 560㎞를 달려가 워싱턴DC의 피자가게 ‘카밋 핑퐁’에서 반자동 소총을 난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청년은 이곳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SNS에 떠도는 ‘가짜뉴스’를 그대로 믿고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미국 언론의 추적에 따르면, 이 가짜뉴스를 날조한 지역은 마케도니아의 벨레스라는 소도시였다. 경제적인 기회가 거의 없는 이 도시의 젊은이들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 거짓으로 꾸며낸 기사를 퍼뜨려 클릭당 과금 광고로 상당한 수익을 올린다. 이 뉴스의 조회 수는 100만을 넘었지만, 그 뉴스가 거짓임을 밝힌 스놉스닷컴 기사의 조회 수는 3만5000건 남짓이었다. 어디서 잘못됐고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할까.

이 사건에 앞서 며칠 전에 영국 옥스퍼드영어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탈(脫)진실(post-truth)’을 선정했다. 지난해 이 단어의 사용빈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 사전적 의미는 ‘객관적 사실이 감정과 개인적 신념에 대한 호소보다 여론 형성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상황’을 나타낸다. 일례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선 과정이었던 2015년 11월 한 집회에서 9·11 당시 뉴저지주 저지시티에서 이슬람교도 수만 명이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았다고 이야기했다. 테러 위험에 맞서 이슬람교도 등록제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려고 했던 이 말은 언론의 ‘팩트 체크’ 결과 거짓이었다. 객관적 사실 없이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고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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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사실과 환상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시대가 됐으며, 거짓말이 전례 없이 증가하게 됐다고 진단한다. 그러다 보니 거짓말은 무기화(weaponized)되어 올바른 판단을 하는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범람을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과거에는 책과 신문기사가 믿을 만했지만, 인터넷상에서는 잘못된 정보와 진짜 정보가 뒤엉켜 둘을 분리하기 힘들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간다.

저자는 거짓말쟁이들에 맞서는 최선의 방어책은 ‘비판적 사고법’을 배우고 가르치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스탠퍼드대에서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78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추리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젊은이들이 양질의 뉴스와 거짓말을 구별하는 일에 서툴렀다. 연구자들은 인터넷상의 정보에 대한 젊은이들의 추론 능력은 ‘절망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믿을 수 있는 언론이 있다 해도, 어수룩한 대중이 거짓 정보를 소비하고 있는 한 거짓말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전략적 방어책을 몇몇 범주로 분류했다. 먼저 통계치와 그래프 등 수(數)와 관련된 정보를 정확히 읽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수치를 보면 겁이 나서 명료하게 따지려 들지 않고 믿어버린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대마초 금지법의 시행이 중단된 이후 35년간 그 흡연자 수가 해마다 두 배씩 증가했다’는 기사를 보며 별 의심을 안 한다. 35년 전에 캘리포니아주에 대마초흡연자 1명이 있었다고 해도, 35년간 두 배씩 증가했다면 170억 명이 넘는 수치가 나온다.

두 번째로 잘못된 논증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논증의 오류를 잡아낼 줄 알면, 추론이 타당한 결론으로 이어지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보 출처의 신빙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흔히 우리는 전문가라면 무조건 믿는 경향이 있지만, 전문성은 대체로 범위가 좁다. 전문가들은 특수 이익집단에 포섭되기도 하는 만큼 ‘권위’만에 의지해 판단해선 안 된다. 세 번째로는 지금까지 발견된 최선의 수단인 과학에 의지하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에는 과학적·기술적으로 다뤄야 마땅한 것들이 정치적이거나 반과학적 편향성을 갖고 왜곡하는 정보가 많다. 오늘날의 혼란 속에서 과학적인 방법은 언제나 최선의 비판적 사고의 기반이 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