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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6일(金)
英도 EU도 돌이키기엔 늦어… ‘하드 브렉시트’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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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조기총선 결과에 따른 ‘브렉시트 강도’ 전망

지난주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의 조기 총선 과반 의석 확보 실패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일정에도 이상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또 과반 의석 상실이란 총선 결과의 영향으로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노선이 글로벌 정세에 충격파가 큰 ‘하드 브렉시트(강력한 이탈)’에서 ‘소프트 브렉시트(유연한 이탈)’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일각의 기대도 나왔지만, 결국에는 하드 브렉시트가 강행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제 브렉시트와 관련해 남은 초점은 얼마나 빠르게, 혹은 천천히 절차가 진행되느냐는 것뿐이다.

영국 총선 결과로 인해 브렉시트 차질 전망이 한창 제기되던 지난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볼프강 먼차우는 “총선은 영국 국내 정치에 있어, 그리고 메이 총리에게 있어서는 중요하지만, 브렉시트에 대해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총선 결과의 영향을 받을 것이란 각종 분석과 전망에 대해 근본적으로 3가지를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렉시트는 이제 영국만의 결정이 아니란 것과 브렉시트 절차가 영국이 아닌 EU의 법적 수순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메이 행정부가 과반 의석을 차지했든 못했든 혹은 과반을 훨씬 상회하는 의석을 차지했든 간에 이미 브렉시트 결정을 통보받은 유럽 각국의 관점에서 볼 때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브렉시트 여부는 이미 영국의 손을 떠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메이 총리는 지난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협상 일정은 그대로 진행돼 다음 주에 시작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메이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 방침에도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먼차우는 전망했다. 하드 브렉시트란 영국이 그간 주장하던 ‘국경을 통한 노동자 이동’ 제한을 비롯해 EU 회원국 지위와 관세동맹 및 단일시장 접근권 등을 완전히 취소하는 강력한 이탈을 뜻한다. 반면에 소프트 브렉시트는 영국이 일정 부분 EU 역내에서 관세동맹이나 공동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하며 EU 회원국 지위와 자유로운 노동자 이동만 취소하는 유연한 이탈을 의미한다. 소프트 브렉시트를 주장했던 제러미 코빈 대표의 노동당이 이번 영국 총선에서 약진하며 메이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 방침이 소프트 브렉시트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먼차우는 지난 3월 29일 메이 총리가 EU 측에 리스본 조약 50조(EU 탈퇴 절차 조항) 발동을 통보하는 서한을 보내며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2가지 명확한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EU도 까다로운 교섭 절차를 거치기보다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통해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일괄 탈퇴하기를 원하고 있다. 결국 하드 브렉시트냐 소프트 브렉시트냐 하는 선택권조차도 영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브렉시트 자체를 없던 일로 하기도 어렵다. 일단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선언을 철회하려면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의 뜻을 다시 묻는다는 공약을 내건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고, 이후 국민투표에서 EU 잔류 다수라는 결과가 나오는 일련의 사건들이 영국과 EU의 협상과 나머지 EU 회원국들의 국내 비준 절차 기간을 감안해 향후 18개월 내에 순서대로 이뤄져야 한다. 설령 이런 우연에 가까운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이미 자존심이 상한 EU가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철회를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또 이미 발동된 리스본 조약 50조가 영국 정부의 철회 선언으로 자동 폐기될 수 있는지조차 법적으로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드 브렉시트는 이미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영국과 EU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관계 설정에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U 탈퇴 협상 기한은 원칙적으로 2년이지만 영국 바클레이즈증권은 협상 기한 연장에 대해 “EU가 이사회로부터 만장일치의 승인을 얻으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충분한 협상 기간을 통해 영국이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 탈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게 되면 하드 브렉시트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협상 기간이 길어지면 이 기간 중에도 EU 분담금을 계속 내야 하는 영국도 EU 측에 탈퇴합의금을 물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EU 회원국들과 개별 무역·관세 협상을 벌이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영국과 EU 간에 원활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영국이 대안 마련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협상 타결 없이 탈퇴)’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계획대로라면 영국과 EU는 오는 19일부터 EU의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와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의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양측은 주제별로 4주씩 협상해 오는 2018년 11월까지 영국·EU 간의 협상을 마무리하고 2019년 3월 말까지 EU 회원국들의 비준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영국 보수당이 내각 구성을 위한 민주연합당과의 내각 구성 협상에 차질을 빚으며 브렉시트 협상 개시도 한동안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리스본 조약 50조 = 유럽연합(EU)의 경제공동체를 넘어 정치적 통합을 목표로 하는 리스본 조약의 회원국 탈퇴 관련 규정. EU는 지난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국민투표로 EU 헌법을 부결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2007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회원국들이 모여 리스본 조약을 체결했다. 리스본 조약의 정식 명칭은 ‘EU 개정조약(EU reform treaty)’. EU는 탈퇴를 희망하는 회원국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탈퇴 협상 절차를 50조에 명시했다. 28개 EU 회원국이 이 조항에 서명했지만 영국의 브렉시트 선언 이전에는 한 번도 발동된 전례가 없었다.
e-mail 박준희 기자 / 사회부  박준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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