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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Fifty+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6일(金)
나의 경험 나누고, 당신의 지혜 배우는… ‘평생교육 품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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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플러스 코리안이 운영한 영상 맥가이버 교육 프로그램 수료식 모습. 영상 기술로 매뉴얼을 만드는 기술을 익히는 프로그램으로 이들은 첨단 기술을 익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 50 플러스 코리안 제공

은퇴 전문가들 커뮤니티‘50플러스 코리안’ & ‘아름다운 인생학교’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50대 전직 대기업 회사원은 집 근처 복합 공연장에서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서둘러 지원했다. 평생 직장에서 쌓은 경력과 경험을 지역 사회에 돌려주고 전문가 수준인 자신의 음악에 대한 취미도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사회 문화 봉사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가 맡은 일은 회원들에게 보내는 우편물을 처리하는 단순업무였다. 일의 귀하고 천함이 없지만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은 그는 제2의 인생은 ‘사회적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르려 했지만 그런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사회에선 은퇴자라면 개성 없는 똑같은 그룹으로 생각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반대로 매일 매일 회사 생활에 쫓겨 별다른 준비 없이 갑자기 은퇴를 하게 된 50대 전직 은행원.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마의 공백 기간을 버틸 아무런 대책이 없는 그는 퇴직금으로 무엇을 해볼까 궁리해 보지만 이마저 날릴까 두렵다.

사회적 의미를 찾기엔 자신의 삶이 다급하다. 평생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살리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또 긴 후반 인생에 큰 돈은 아니더라도 약간의 경제적인 도움도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 이런 3박자를 갖춘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이라면 많은 중년들이 은퇴 후 기대하고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의 목표일 것이다. 최근 제2의 인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직장에서 나와 사회로 다시 진입하게 된 중년들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진지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고,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흐지부지 흩어져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들 중 꽤 성공적인 케이스들을 찾아 봤다. 2013년 미국은퇴자협회(AARP·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를 롤 모델로 만들어진 ‘50 플러스 코리안’과 영국의 시니어 대학인 U3A(University of the 3rd Age)를 벤치마킹한 ‘아름다운 인생학교’는 벌써 5년째 열심히 활동 중인 커뮤니티다. 이 둘은 구체적인 법적 등록 요건은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회원들의 상호부조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 비슷한 모델을 꿈꾸는 ‘50 플러스’들을 위해 이들 커뮤니티의 시행착오와 이들이 전하는 진심 어린 현실적 조언을 전한다.

▲  백만기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이 은퇴 후 생활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인생학교 제공

◇재능, 사회봉사, 일자리의 삼박자 = 현정주(63) 50 플러스 코리안 이사는 ‘문화가 산책’ 등을 만든 KBS 교양 PD 출신이다. 그는 2012년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이자 노년학 전문가인 한주형(58) 박사에게서 은퇴자들을 위해 미국의 AARP 같은 모델을 한국에서 같이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자신도 은퇴를 앞두고 있었기에 그는 흔쾌히 ‘OK’를 했고, 이들은 곧바로 워싱턴의 AARP로 현장 견학을 떠났다.

AARP는 시니어로 구성된 미국 최대 단체로 실제로 법률 제정 및 규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조직이다. 미국 유권자의 20%를 차지하는 50세 이상의 절반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현재 회원 수는 4000여만 명. 회원들이 1년에 10달러의 회비만 내며 건강, 일, 돈, 오락, 음식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들은 돌아와 뜻을 같이하는 은행가, 대학교수, 전직 출판사 대표 50~60대 9명을 규합해 AARP 모델에 한국 현실을 감안해 비영리 단체 50 플러스 코리안을 만들었다. 이들은 9명이 평생 쌓은 지식을 활용, 자신의 분야에서 무보수로 일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강사로 전문 강좌를 열어 회원들에게 무료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재교육을 시켜 이들이 사회로 다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였다.

이어 현 이사는 50 플러스 코리안 재단 아래 자신과 같은 영상, 미디어 전문가들 30여 명을 모아 ‘50 플러스 코리안 미디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들은 적절한 비용으로 다양한 영상 작업을 진행하고, 여기서 번 돈 일부를 50 플러스 코리안에 기부하는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영상 기술을 이용해 독거 노인을 위한 영상 자서전 기증 등 다양한 사회 봉사 활동도 벌일 계획이다. 현 이사는 “은퇴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그대로 살리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동시에 약간의 용돈을 버는 것을 커뮤니티의 기본 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카메라 사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현정주 이사. 김선규 기자 ufokim@
◇모두가 참여하는 모델 = 아름다운 인생학교는 백만기(65) 교장이 2013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만든 일종의 평생 교육원이다. 이곳엔 교사와 학생의 구분이 없다. 참여자들이 어떤 과목에서 선생님이 됐다가, 다른 과목에선 학생이 된다. 물론 강사료 없이 무료다. 백 교장은 노인 한 명이 세상을 떠나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들며 은퇴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인생의 지혜를 서로 나누는 모델로 학교를 만들었다고 했다.

저축은행 임원 출신인 그는 마흔이 됐을 때부터 쉰 살에 은퇴하기로 목표를 정하고 10년간 준비를 했다고 한다. 퇴직금을 털어 분당에 미술 전시회와 음악회를 여는 공간 필하모니를 2년간 운영하기도 했고, 성남아트센터에서 도슨트 자원봉사자로도 일했다. 성남시의 3000여 개 예술 동호회를 모아 ‘사랑방 문화클럽’을 만들기도 했고 호스피스로도 활동했다. 그는 이 모든 경험을 토대로 서로 나누는 모델의 학교를 만들었다. 이 학교의 회원은 현재 30여 명. 대부분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 역시 이 학교에서 투자 금융 관련 강의를 하고, 다른 회원들의 강의를 듣는다. 그는 회원들의 수준이 높아서 솔직히 말해 일반 백화점 강의보다 수준이 더 높다고 자부했다. 백 교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한 노년 교육 기관을 운영하지만 이들은 단순한 취미거나 아니면 창업에 포인트가 가 있다면서 “우리 학교는 자신의 자원을 함께 나누는 것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취미 취향의 집단만은 아니다. 그는 단순히 배우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배움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돈을 벌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자신이 배워 다른 사람을 가르치겠다는 정도의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이상과 현실의 거리 = 이들 시니어 단체들은 은퇴자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혹은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 따라 모여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같이 하고, 가능하면 약간의 수입을 벌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 50 플러스 코리안은 처음에 뜻을 같이한 9명이 각각 1000만 원씩 출자해 시작했다. 하지만 특별한 수익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사무실 비용, 웹 운영 등 고정 비용이 나가면서 자본금은 곧 고갈됐다. 이에 이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살려 정부나 지자체의 각종 프로젝트에 공모하는 쪽으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스마트 영상을 이용해 자서전 등을 만드는 스마트 영상작가, 영상으로 각종 사용 매뉴얼을 만드는 영상 맥가이버 등을 신개념 직업으로 제안해 교육 프로젝트 지원금을 얻어 강좌를 여는 식으로 활동해왔다. 이들은 미디어 전문가들로 구성된 ‘50 플러스 코리안 미디어 협동조합’과‘50 플러스 TV 방송’ 등을 통해 큰 돈이 아니라 운영 자금 정도를 벌 수 있는 소박한 영리 모델을 시험 중이다.

▲  성공적인 시니어 학교 모델을 만든 백만기 교장.
이에 비해 아름다운 인생학교는 회원비로 자체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 50여 명의 회원들이 월 3만 원씩 회비를 내면, 이것으로 사무실 임차료 등 고정비를 충당한다. 백 교장은 “사실 큰 비용 없이 월 3만 원 정도를 낼 수 있는 50명의 회원만 있으면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훨씬 윤택하고 생산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는 충고 = 하지만 단돈 몇 만원의 회원비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역사스페셜‘ 등을 만든 김학수(64)전 KBS 특수영상 팀장은 아직 우리 은퇴자들은 자신에게 직접적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1만 원 쓰는 것도 고민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같이 모여 공동의 사무실을 쓰고, 공공의 기기를 쓰고, 공동의 판매 플랫폼을 갖는 커뮤니티를 하면서도 봉사보다는 자신에게 이익이 어떻게 돌아오느냐에 관심이 더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것이 많은 시니어 커뮤니티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50 플러스 코리안 미디어 협동조합’ 이사를 맡고 있는 그는 사람들이 퇴직 후에도 회사에서 모든 것을 지원받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하나에서 열까지 자신이 직접 나서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월등히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몇 명 혹은 경제적으로 걱정할 것이 없는 소수의 사람을 빼놓고는 대부분 혼자는 어렵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각자의 전문성으로 서로를 보완해야 한다”는 그는, 이곳은 회사가 아니라 협동조합인만큼 서로서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현 이사는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한 이들에게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하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새로운 트렌드를 적극 받아들여라, 기존 갑의 자세를 버리고 새로운 갑이 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제까지 자기 세대는 직장에서 을로, 가정에서도 주변부로 살아왔기에 제2의 인생에서는 진정으로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뜻에서의 갑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백 교장은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돈이라면 버는 것에만 익숙해 돈을 잘 쓰는 방법을 모른다면서, 사회적으로 돈을 잘 쓰는 흐름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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