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료진 “웜비어 심각한 뇌손상… 식중독 증거없어”

北주장 부인…北·美 악화일로
매티스 “한반도 전쟁 재앙적
전쟁방지에 가용수단 총동원”

지난 13일 북한에 억류된 지 17개월 만에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심각한 뇌손상에 따른 무반응 각성 상태”라는 의학적 진단이 15일 나왔다. 웜비어의 부친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 사회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이번 사태가 북·미 관계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시내티 주립대 병원의 대니얼 캔터 신경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웜비어는 광범위한 뇌조직 손상을 입은 상태로, 식중독에 걸렸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캔터 교수는 “대개 이런 경우는 심폐 정지로 인해 특정 기간 동안 뇌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일부 뇌조직이 괴사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캔터 교수는 웜비어 상태에 대해서는 “눈을 깜박거리기는 하지만 말도 못하고, 어떤 행동도 자발적으로 하지 못한다”면서 사실상 ‘식물인간’(vegetative state) 상태로 규정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방문한 평양에서 정치선전물을 훔치려다가 체포된 뒤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고, 북한 당국은 웜비어가 지난해 3월 식중독 증세에서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내 아들을 가혹하게 다룬 데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북한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워싱턴과 평양 간 긴장이 이어지면서 북한여행의 위험도 증폭되고 있는데, 왜 미국 정부는 북한여행을 금지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한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지 않게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북한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은 “북한과의 전쟁은 재앙적(catastrophic)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동맹이 상당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