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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6일(金)
헹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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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헹가래’를 치는 모습은 운동 경기장에서 흔히 목격된다. 우승을 축하하는 표시로 선수들이 감독이나 후원자를 번쩍 들어 위로 던져 올렸다 받았다 하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이는 서구식 ‘헹가래’ 방식이다.

우리의 전통적 ‘헹가래’는 이와 달랐다. 기쁘고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잘못이 있을 때 벌주기 위해서도 ‘헹가래’를 쳤는데, 위로 던져 올렸다 내렸다 한 것이 아니라 네 활개를 번쩍 들어 앞뒤로 내밀었다 들이켰다 했다. ‘헹가래’를 치는 의도나 방식이 지금의 서구식 ‘헹가래’와는 사뭇 달랐다. 이 같은 전통적 ‘헹가래’의 의도나 방식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헹가래’의 어원을 바로 밝힐 수 있다.

‘헹가래’의 어원에 대해서는 ‘헛가래(虛+ㅅ+가래)’ 설이 널리 퍼져 있다.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실수를 막고자 빈 가래로 미리 손을 맞춰 보곤 하는데 이것을 ‘헛가래’라 했고, 이것이 변해 ‘헹가래’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헛가래’ 설은 잘못된 것이다. ‘헹가래’는 근대국어 ‘헤염가래’에서 변한 말이기 때문이다.

‘헤염가래’의 ‘헤염’은 지금 ‘헤엄’으로 남아 있으며, ‘가래’는 여전히 ‘가래(흙을 파헤치거나 떠서 던지는 기구)’로 쓰이고 있다. ‘헹가래’를 지시하는 단어를 만드는 데 ‘가래’를 이용한 것은, 앞뒤로 내밀었다 들이켰다 하는 ‘헹가래’ 행위가 앞뒤로 밀었다 끌어당겼다 하는 ‘가래질’ 동작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헤염’을 이용한 것은 네 활개를 잡힌 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헹가래’ 행위가 팔다리를 이용해 물속을 힘차게 헤쳐 나가는 ‘헤엄’ 행위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전통적 ‘헹가래’가 지금과 같이 축하하려는 의도에서 위로 던졌다 받았다 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은 서양 스포츠가 들어온 이후일 것이다. 우리말 ‘헹가래’는 그대로 둔 채 행위의 ‘의도’와 ‘방식’만 서양식을 취한 셈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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