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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6일(金)
市場을 이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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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경제산업부장

미국 뉴욕은 아파트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 나라에선 드물게 서민층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료 상한제를 시행하는 곳인데도 그렇다. 1940년대 퇴역군인들을 위해 시작된 이 규제를 타 도시들은 대부분 폐지했으나 뉴욕은 아직도 일정 규모 이하인 60%가량의 주택에 적용하고 있다. 그 여파가 적지 않았다. 도심에선 집세를 마음대로 못 올려 임대 물량이 줄어들었고, 인기가 없는 외곽에선 임대료로 유지비용도 대지 못해 많은 아파트가 방치됐다. 1980년대까지 브롱크스나 브루클린 지역에 빈집이 많고 슬럼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개발업자들은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규제를 받지 않는 대형 아파트나 상가로 짓는 재건축 사업에만 관심을 뒀다. 쫓아내는 개발업자와 버티는 세입자 간의 충돌은 큰 사회적 문제였다. 이 시절 맨해튼에서 재건축으로 돈을 번 사람이 현재 미국 대통령이기도 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뉴욕의 임대료 규제에 대해 경제학자들 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는 사실이다. 시장주의자는 물론 진보 성향의 학자들도 임대료 규제 폐지를 주장했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그 중심이다. 자신의 ‘경제학 원론’에 가격 규제가 부작용을 낳는 대표적 사례로 기술하기까지 했다. 그는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한다. 시장이 제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 아닌 한 가격 상한제든 하한제든 간에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소비자는 손해를 보고, 비효율적 배분(주택난)과 낮은 품질(주거환경 저하)이 초래된다.

그러한 일이 한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터다. 너무 비싸다거나 싸다거나, 시장 가격 탓을 하는 아우성이 커질 때마다 정책 당국이 빼 드는 칼은 전가보도(傳家寶刀) 같은 가격 규제였다. 최근 새 정부도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세를 잡겠다며 또 가격 규제로 대응할 태세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값 급등세는 국지적 현상이고, 투기 세력이 있겠으나 실수요 측면도 적지 않다. 자산 보유세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에서 비롯된 매수·증여 등의 자산 이동과 1인 가구 증가도 요인으로 꼽힌다. 공급이 문제일 수 있는데 수요만 억제하려 들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 비싼 대가를 치르며 배운 것이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의 돈줄을 죄겠다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손대는 데도 한계가 분명해진 상황이다. 한·미 간의 기준금리가 12년 만에 같아졌고 머지않아 역전이 예견된다면, 14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오랫동안 취해 있던 ‘저금리 마약’에서 깨어나야 할 고통스러운 시점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부풀고, 저놈을 잡으면 이놈이 도망가고, 종국에는 정책 수단의 실효성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풍경. 그것이 ‘시장(市場)의 반격’이다.

최저임금제에도 같은 함정이 있다. 노동 가격을 일정 수준 보장해주자는 가격 하한제다. 그 수준이 시장 균형가격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면 순기능을 하지만, 괴리가 생기면 사용자도 구직자도 피해자가 된다. 최저임금이 높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넘는 순간, 사용자는 고용을 꺼리고 낮은 임금도 감수하겠다는 구직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비효율적 배분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동통신 기본요금 폐지 논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요금 중에 음성통화·문자메시지 이용 비중은 줄고 데이터 이용 비중이 늘어나면서 기본료와 통화료의 구분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전체 가입자 5538만 명에게 월 1만1000원씩 일률적으로 깎아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에 집착해 초법적으로 압박했다. 비록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기본요금 폐지는 현행법 체계 내에서는 권한이 없다”고 인정하며 한발 물러선 건 다행한 일이지만, 인식까지 바뀌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물색없는 국정기획자문위의 행보를 보면 크루그먼 교수의 일갈이 너무도 적확하다. “당국자들이 자신들의 경제정책이 항상 분별력 있고 실정에 맞는다고 가정하는 것은 매우 큰 오판이다.”

시장가격이 언제나 정답(효율적 배분)인 것은 아니다. 그래도 과도한 생산·소비 욕구를 제어하며 경제 질서를 유지하는 데 그보다 나은 메커니즘을 우리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 기제를 강제적으로 억누르면 모두 루저가 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는 있어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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