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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9일(月)
‘경쟁’ 蛇蝎視(사갈시)해선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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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기진 못한다는 말을 매우 싫어한다.” 걸출한 기량으로 ‘국보급’이라는 평가를 듣는 국가대표 농구 선수였다가 요즘은 방송인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서장훈이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이런 요지로 밝혔다. “그냥 즐겨서는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없다. 나는 농구를 좋아하지만, 책임감을 느낀 뒤로는 즐긴 적이 없다. 이기기 위해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때까지 뛰었고, 이기는 게 최고의 팬 서비스이기도 했다. 그러다 목뼈 나갔고, 코뼈 부러졌고, 지금도 무릎 관절이 엉망이다. 그렇게 전력투구하며 극한으로 나를 몰아붙여서 그나마 성과를 이룬 것이다. 즐기면 더 나아진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뻥’이다. 스포츠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누구나 힘들게 일하기보다 편안하게 놀고 싶어 하지만, 그래선 경쟁에서 결코 앞설 수 없다는 취지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 동양인 투수로선 최다승 기록을 남기고 은퇴했던 박찬호도 같은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 “훈련하면서 감독이 팔굽혀펴기 10번을 시키면 나는 11번을 했다. 처음엔 사소한 차이였지만, 그것이 나중에는 15번, 20번으로 커져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이들의 증언이 아니라도, 땀의 가치와 경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경쟁이 발전의 동력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더욱이 경쟁은 대한민국 헌법 가치의 양대 축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며 작동하게 하는 기본 원리다. 경쟁의 룰이 불공정하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지만, 경쟁 자체를 사갈시(蛇蝎視)·죄악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비(非)현실적이기도 하다.

물론 경쟁을 하면 고생스럽고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사갈시하고 피하면 미래가 없다. 몰락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망하게 마련이다. 개인도, 사회와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반(反)경쟁’에 집착하고 있다. 문 대통령 대선 공약을 좇아 구체화·가시화하고 있는 교육 정책이 대표적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전국의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전원을 대상으로 시행해온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학생 3%만 참여하는 표집(標集)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그 배경에 대해 “모든 학생에게 국어·영어·수학 시험을 보게 하는 전수(全數) 평가는 학교별·지역별 등수 경쟁으로 왜곡되고 있다. 문 정부가 지향하는 ‘경쟁을 넘어서는 협력 교육’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협력 교육’이라는 개념조차 모호한 용어를 동원해 학교에서 학업·학력 경쟁을 없애겠다고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법외노조인 전교조는 “교육시민사회가 전개해온 경쟁 교육 폐지 운동의 성과”라고 치켜세웠으나, 이 또한 경쟁을 타도의 대상인 것으로 오도(誤導)해온 교육적 죄책을 더 키우는 행태다.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등 수월성 교육기관 폐지 공약 이행에 앞장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13일 처음 공식화하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오는 28일에 사실상 복창하겠다고 예고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도 반경쟁의 제도화에 해당하는 또 하나의 나쁜 사례일 뿐이다.

문 정부가 교육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공공분야 직무 경쟁시스템 백지화’ 공약의 일환인 성과연봉제 폐지도 정책으로 가시화하기 직전 단계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이던 지난 3월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출범식에 참석해 “즉각 폐지를 분명히 약속한다”고 한 공언이 “경쟁시스템 무효화는 조직의 하향 평준화와 효율성 저하를 초래하고 사회 전체 발전에도 해악을 미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우려를 ‘쇠귀에 경 읽기’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경쟁과 그 결과에 따른 차등·서열화는 적폐(積弊)일 수 없다. 오히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평등지상주의의 허구성은 국내외 역사와 현실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이든, 공부든 열심히 하거나, 게을리하거나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정의(正義)일 수도 없다. 문 정부부터 ‘반경쟁이 선(善)’이라는 미망(迷妄)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것이 이르면 이를수록 국민 개개인에게도 국가에도 폐해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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