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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9일(月)
안갯속 ‘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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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의 아이콘 ‘창조경제’의 산실이었던 미래창조과학부가 청산 1순위란 예상을 비웃듯 살아남았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제치고 ‘4차 산업혁명’ 주관 부처란 타이틀까지 얻어냈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제이(J)노믹스’를 지탱할 양 날개다. 다른 말로 ‘문재인표 성장엔진’이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드는 걸 보면, 임기 중 승부수로 삼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유영민 미래부 장관 후보자도 지명 직후 ‘실체가 있는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유 후보가 언급한 ‘실체’가 지금 논란거리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들은 4차 산업혁명이 시대적 과제임을 합창했고, 이를 다룬 책과 토론회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4차 산업혁명 열차에 서둘러 올라타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영영 뒤처질 거라는 위기감이 폭넓게 깔려 있다. 그런데 한국을 찾은 경제 석학이나 정보기술(IT) 거물들은 4차 산업혁명 질문이 나오면 고개를 갸웃한다. 자신들은 잘 쓰지 않는, 그래서 개념을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쟁자들도 잘 모르는 경기장에 홀로 들어가 있는 형국이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소개된 용어다. 그때도 개념은 명확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로봇·사물인터넷·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첨단기술의 융합과 연결을 통해 새 지평을 여는 것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증기기관이 1차, 전기가 2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대다수가 인정해도 컴퓨터·인터넷이 주도한 흐름을 3차 산업혁명으로까지 볼 건지부터 이론이 있다. 최근의 신산업 진전에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3차 혁명의 중흥기쯤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하튼 4차 산업혁명을 국가 단위로 거론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각자 지향점에 따라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중국은 ‘중국제조 2025’ 하는 식으로 달리 부른다.

개념이 분명해야 유효한 전략이 나온다. 창조경제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지금조차도 정체가 묘연하다. 한국 산업이 직면한 최대 난관이 혁신 지체다. 과거의 성공방정식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로 가는 데는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다. 혁명은 기존 사고와 프레임을 깨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실체도 불분명한 ‘4차 산업혁명’을 과거에 써먹은 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귀추를 종잡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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