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의 ‘판사 블랙리스트 관리’ 의혹이 토론 핵심 주제”

회의 참석 판사들 굳은 표정

“역사적 회의라 모두 긴장…
행정처 컴퓨터 확보방안 논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등을 규탄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19일 오전 10시부터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렸다. 이날 법관회의는 지난 3월 행정처가 사법부 내 진보적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를 축소하도록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아 촉발됐으며, 전국 각 법원에서 선출된 판사대표 100명이 모이는 자리다.

이날 오전 9시를 전후로 전국 각 법원의 판사대표들이 연수원 3층에 위치한 제25강의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아무래도 역사적인 판사회의인 만큼 언론의 관심도 많고 해서 다들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수원 정문 앞에서는 2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회원들 10여 명이 ‘양승태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규탄한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플래카드를 든 채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지방에서 올라오는 판사 2명이 미처 도착하지 못했지만, 박수 소리와 함께 회의가 시작됐다. 개회 직후 사회를 맡은 김도균 사법연수원 교수가 이날 회의 절차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사법연수원 판사대표들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이성복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6기)를 의장으로 선출했다. 또 지난 15일까지 각 법원에서 의견 수렴을 통해 마련된 기본회칙 가안을 일괄 상정해서 의결한 뒤 의장이 각각 공보 역할 등을 맡을 5명의 간사를 지명했다.

이날 주요 안건은 △법관회의 상설화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 재조사 △최근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 △사법행정권 제도 개선 등이다.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판사 인사를 분리하는 ‘이원화’는 사법행정권 제도 개선에 합쳐져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안건을 두고 10명의 발제자가 사안별로 10분가량 발제문 낭독에 나섰다. 이에 대해 판사들은 반대의견이나 수정의견을 공유하며 장시간 난상토론을 벌였다. 또 다른 재경지법 판사는 “오늘 주된 토론 주제는 행정처의 판사 블랙리스트 관리 의혹이 될 것”이라면서 “진상 재조사위원회와 관련해 오늘 참석한 판사대표들 위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고, 판사 블랙리스트를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행정처 컴퓨터를 압수수색에 버금가는 방법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회의 공보를 맡은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회의는 오후 6~7시쯤 끝날 것으로 예상해 판사대표들을 위한 석식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리안·정철순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