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손목비틀기’ 위세에 숨죽인 업계

프랜차이즈 현장조사 돌입에
BBQ등 일제히 가격인상 철회
전문가 “적절하지 않은 개입”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 이후 첫 현장조사 여파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일제히 가격 인상을 철회하자, 정부가 시장 가격을 통제하던 ‘손목 비틀기’ 관행이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가 BBQ에 대해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현장 조사에 들어가자 BBQ와 교촌치킨 등은 곧바로 치킨 가격 인상을 철회하고 홍보를 자제하는 등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로 칼끝이 향할 수 있다고 보고 “가격 인상을 비롯해 문제가 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피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는 이에 대해 “가맹본부의 가맹점에 대한 ‘갑질’과 ‘부당한 비용 떠넘기기’ 등은 적발·시정돼야 한다”면서도 “이런 식으로 관행이 굳어지면 정부의 초법적인 시장 가격 통제로 인한 건전한 가격 경쟁 분위기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위가 민간 기업의 통상적인 가격 책정에 개입한다고 하면 스스로 불공정 행위 조사와 감독을 하는 자신의 역할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만약 BBQ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개입한 것이라면 BBQ가 가격을 조정하는 것과 관계없이 조사는 계속해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이미 자발적인 가격 인하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어 규제보다는 가격 안정화를 위한 시장 환경 조성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마트의 경우 최근 가격이 급등한 오징어 등 신선식품을 해양수산부와의 협력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면서 기존 가격보다 45%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불공정 하도급에 대한 칼을 뽑아 들면서 가격 통제 등 다른 방향의 규제까지 강화될 경우 기업들의 정상적인 활동까지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유통업계는 매출이 증가하는 품목에 대한 홍보도 꺼리는 등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생활용품 업체는 최근 업계 점유율 50%를 넘어서며 1위로 올라섰지만, 관련 홍보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유현진·최재규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