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과 白의 조화… 두드림의 예술 ‘탁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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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불교미술탁본 특별전

韓·中·日 국보와 희귀본 10점
구양둥 석굴 대형탁본 최초공개

탁본은 대상물의 표면 무늬와 글, 조각 등을 확인하기 위해 표면에 종이를 붙이고 먹을 치는 기법으로 비석이나 고동기(古銅器)에 새겨진 역사적인 기록들을 연구하는 금석학에서 주로 사용됐다. 불상이나 비석에 새겨진 선으로 표현된 석각(石刻) 선화(線畵)들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쓰였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마애불의 불상이나 비석에 새겨진 불화를 비롯해 석탑이나 부도탑, 범종의 문양들을 탁본으로 많이 남겼다. 중국에서는 미술의 한 분야로 당당하게 자리 잡았다.

비석이나 돌에 새겨진 불상이나 불화를 탁본으로 만나볼 수 있는 ‘흑과 백 두드림의 예술- 세계 불교미술탁본 특별전’이 25일부터 10월 15일까지 강원 원주시 신림면 치악산 자락의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에서 열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한·중·일 국보 및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불교미술 탁본 등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10여 점의 희귀본을 비롯, 5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작품 중에서는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 비천상 탁본과 국보 제53·54호인 전남 구례군 연곡사 동부도·북부도에 새겨진 사천왕, 팔부중(불법을 지키는 여덟 신) 등의 탁본을 감상할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중국 뤄양(洛陽) 룽먼(龍門)석굴을 대표하는 구양둥(古陽洞)석굴의 대형 마애불 탁본(사진)도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세로 132㎝, 가로 190㎝에 달하는 마애불 탁본은 한 폭의 대형 불화를 보는 듯 생동감을 맛보게 한다. 일본 나라(奈良) 도다이지(東大寺) 보살상과 야쿠시지(藥師寺) 비천상도 눈길을 붙든다. 한·중·일 작품 외에 캄보디아의 유명한 앙코르와트 보살상 탁본과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벽화 탁본도 전시되며, 인도네시아의 세계문화유산인 보로부두르 불교사원의 탁본도 이채롭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 등이 모으고 기증받은 것들이다.

한 관장은 “세계문화유산의 탁본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는 상태에서, 한·중·일 등의 국보와 룽먼석굴을 대표하는 구양둥석굴의 벽면에 새겨진 마애불 탁본 등 희귀 탁본이 대거 완벽한 상태로 전시돼 불교미술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1박 2일의 명주사 템플스테이를 이용해 관람할 수도 있다. 문의는 033-761-7885.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