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강화땐 대상기업 37곳 증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굳은 표정 공정거래위원회가 45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 중인 가운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하겠다”며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총수일가 지분율 10%P 낮출때
규제 대상 95곳 → 132곳으로
재계, 정상경영까지 위축 우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일감몰아주기(내부거래) 규제 강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총수일가 보유 지분율 기준을 10%포인트 낮춰 규제를 강화하면 24개 그룹(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132개 기업이 공정위의 ‘칼 끝’에 놓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기업별 특성과 경영 효율성을 위한 거래까지 마구잡이로 도마 위에 올라 정상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국내 3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 원 이상) 중 총수가 있는 24개 그룹을 분석한 결과, 이처럼 일감몰아주기 대상 기준인 총수일가 보유 지분율 기준을 강화하면 내년부터 대상 기업 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날 오후 일감몰아주기 관련 기준 조정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가장 유력한 안은 상장사는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현행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각각 10%포인트씩 낮추는 것이다. 이 경우 올해 규제 대상은 22개 기업집단(하림, 한국투자금융 제외)으로, 지난해 95개에서 29.5% 증가한 123개로 늘어난다.

이 같은 방식은 단순히 비율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뿐 아니라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이뤄지는 내부거래까지 구분 없이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총수일가 지분율 등 정량적 기준을 통해 모든 내부거래를 일괄적으로 규제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보고서는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들에 의한 사법적 견제”라며 “우리나라 기업집단 현실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는 내부거래는 허용하되 지배주주의 사익편취로만 악용될 뿐 주주나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내부거래의 손익 판단은 주주들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미다.

유현진·최재규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