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선언한 날, 러시아선 ‘원자력 육성’ 포럼

“원자력, 여전히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

60개국 650개 업체 참가
“탄소 줄이고 경제 발전 기여”

한수원·두산중공업 등 참석
“해외로 대체시장 개척 나서”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가동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탈원전 독트린’을 선언한 1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제 원자력 포럼이 개최됐다. 러시아는 원전 산업을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 및 친환경 에너지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포럼에서는 효율적 관리를 전제로 하는 원자력 발전은 가장 경제적인 클린 에너지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이날 러시아원자력공사(Rosatom)는 지난 2009년 처음 시작해 9회째를 맞은 올해 ‘아톰엑스포’(atomexpo) 포럼에는 33개국 정부 대표단, 60여 개국 650여 개 업체 관계자 등을 포함해 모두 6500여 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참가자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톰엑스포는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세계 각국의 정부 인사와 업계 대표들이 참석해 원전 정책과 관련 산업의 핵심 현안들을 논의하고 원전 기술과 제품 거래와 관련된 협정 혹은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다.

전문가 원탁회의 등 행사장 곳곳에선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탈원전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은 여전히 깨끗하고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 생산 방안이라는 주장들이 쏟아졌다. 러시아 원전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 명으로 로스아톰 이사회 의장이자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을 맡고 있는 세르게이 키리옌코는 포럼 전체 회의에 참석해 “원자력은 온실가스를 크게 줄임으로써 그린 에너지 개발의 강력한 동기를 제공했고 경제를 역동적으로 발전시키는 데도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들어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원자력 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국가들이 대표적 사례다”라며 “원자력 에너지의 안전한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원전 안전 확보 분야의 현대적 기술과 경험을 다른 나라에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외국과의 원전 분야 협력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986년 인류 최악의 핵참사인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겪었지만 세계 원전 강국 중 한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포럼엔 한국에서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산업회의, 한전KPS, 두산중공업 등 원전 관련 공기업과 민간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한국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원자력은 환경 파괴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서 오랜 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으로 압박을 받는 국내 원자력 관련 업체들이 대체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