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총리 - 충남지사 ‘가뭄 대책’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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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극심한 가뭄으로 물이 바닥난 충남 보령댐을 찾아 안희정 충남지사와 만났다. 예년의 절반에 불과한 강수량으로 타들어 가고 있는 충남 서북부권의 상황을 살피고, 가뭄대책을 세우기 위한 방문이다. 안 지사는 이 자리에서 총 9000억 원 규모의 중장기 가뭄대책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총리가 가뭄 때문에 충남을 방문하고, 도지사가 정부의 예산 지원을 요구하는 모습은 2년 전 판박이다. 황교안 전 총리도 지난 2015년 10월 보령댐을 방문해 안 지사를 만났다. 총리 얼굴만 바뀌었을 뿐 나머지 상황은 복사판이다. 충남에서는 2012년에도 가뭄으로 한바탕 고역을 치른 바 있다.

안 지사는 재임 7년 중 3년간 가뭄과의 질긴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비가 내려 가뭄이 해소되면 예산 요구는 묻히고, 다시 가뭄이 들면 총리의 현장 방문과 도지사의 예산 요구가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가뭄에 익숙해진 충남의 대책인지를 묻는 지역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남이 내놓은 대책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4500억 원이 들어가는 해수 담수화 사업은 기본적으로 대산단지 등의 공업용수 해결용이다. 100㎞ 떨어진 대청댐 물을 끌어 쓰는 광역상수도 사업도 대청호의 제한된 수량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다. 충남 서부권의 유일한 상수원인 보령댐에 대한 용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적인 대체 용수원 개발의 필요성이 10여 년 전부터 제기되고 있는데도 공론화를 꺼리고 있다. 당장 주민 민원과 환경단체의 반발을 겁내고 차기 선거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소양댐, 대청댐의 예에서 보듯, 상류의 맑은 물을 저장해 하류 지역에 공급하는 것은 치수의 기본이다.

미래를 내다보며 주민을 설득하고, 갈등을 해소하며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리더다. 보령댐에서 총리와 도지사가 회동하는 재방송으론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충남 도민의 마음을 적실 수 없다.

김창희 대전 = 전국부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