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스마트팜 개발, 생산성·농업인 삶의 質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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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진청, ‘국산화·표준화’ 최우선 과제 추진

IoT·인공지능·로봇기술 접목
일손 부족·일자리 창출 해결도

시범 도입한 농가 90가구
딸기 등 수확 20% 이상 증가

축산 전업농 10% 730가구
원예시설의 40%인 4000㏊
연내 스마트 축사·온실로

토마토, 딸기를 재배하는 농부 A 씨는 읍내에 머무르고 있다. 한창 출하를 앞둔 시기여서 재배 온실에서 농작물 상태를 점검해야 하지만 굳이 온실로 가지 않는다. 그 대신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온실에서 자라는 작물 상태를 점검한다. 온실 내부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어 생육상태를 원거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온실 내 각종 첨단 장비들은 작물이 자라는 데 적정한 온도, 토양 상태 등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A 씨는 작물 재배와 관련한 각종 정보는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얻고 있다. 특정 애플리케이션은 A 씨가 작물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만을 선별해 제시하기도 한다. 농기계들이 비료 뿌리기, 제초 작업 등 힘든 일을 대신한다. A 씨는 더 이상 농기구를 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실에서 땀 흘리지 않는다.

스마트팜(Smart Farm)이 보편화된 농촌에서 한 농부의 생활을 묘사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팜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변화를 농촌에 몰고 올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농업인은 극한의 노동에서 해방돼 공간에 제약 받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기계화·자동화를 통해 재배된 작물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만이 스마트팜이 가져올 미래의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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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살기 좋은 공간으로 농촌을 변화시키는 것이 스마트팜이 추구하는 농촌의 미래다. 청년들이 농업 분야로 진출하고, 농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최대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스마트팜에 대한 연구와 농업 현장에의 적용이 시급하다.

농촌진흥청 등 정부도 한국형 스마트팜을 정착시키기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팜, 농업 시스템화 견인 = 스마트팜의 사전적 의미는 ‘농사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만든 지능화 농장’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습도·일조량·공기·토양 등을 측정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서 제어 장치를 구동해 적절한 상태로 조절하며 농사를 짓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조절은 물론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관리도 가능하다. IoT를 통한 시스템화가 실현되는 스마트팜은 농업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작물의 품질을 향상시킨다.

자유무역과 시장 개방의 확대로 세계 모든 농업인들이 경쟁 상태에 놓인 지금 스마트팜의 도입과 상용화는 우리 농촌의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이농현상과 고령화, 이로 인한 농업 현장의 일손 부족은 당장 눈에 들어오는 우리 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영농여건의 변화,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과 그에 따른 생산과 소득의 불일치 등은 농촌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농촌 역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수단으로 스마트팜은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팜을 도입해 정밀 생육관리 컨설팅을 받은 작물의 생산성은 높았다. 농진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팜을 시범적으로 도입한 농가 90가구를 조사한 결과, 토마토의 경우 일반농가에서 재배한 수확물은 3.3㎡(1평)당 65㎏에 머물렀지만, 스마트팜에서의 수확물은 94㎏(44.6% 증가)에 달했다. 딸기도 스마트팜 재배 농가가 일반농가보다 소득이 21.5%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스마트팜 도입 자체가 농업·농촌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의미인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네덜란드, 독일, 미국, 일본 등 세계적인 농업 강국들은 농업 정책, 기술 개발 등에 있어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전기로 스마트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전 농촌에 상용화하기엔 여전히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먼저 유·무선 통신을 통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야 하며, 농업 현장에 전력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또 시설 내부 환경조절과 생육 관리 장치들이 전기적 신호에 따라 제어가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산골·오지에 있는 농장에는 스마트팜의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IoT 기술의 발달 속도가 빠른 만큼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팜을 도입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농진청, 차세대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 개발에 집중 =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농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환경과 생산물은 다르다. 결국 나라마다 추구하는 스마트팜의 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농진청은 이 같은 이유로 차세대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IoT, 인공지능, 로봇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미래 우리 농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스마트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농진청은 먼저 ‘스마트팜 국산화·표준화’ 프로젝트를 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한국의 농업 여건에 적합한 스마트팜 모델 개발과 농업생산시스템의 전 주기적 스마트화를 위해 스마트팜 핵심 요소 및 원천 기반기술의 확보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팜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중심의 기술 개발과 함께 기술 수준 별로 스마트팜을 모델화해 1세대(편리성 증진), 2세대(생산성 향상), 3세대(글로벌 산업화)로 나눴다. 1세대 개발은 지난해 마무리했고, 올해부터는 생체정보와 생육모델을 기초로 클라우드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통해 농사를 돕는 2세대 스마트팜 기술에 집중할 계획이다. 2세대는 작물 생육 및 수확량 예측을 위한 생육 모델 등 스마트팜 핵심기술 개발이 주요 과제다. 지난해 토마토를 포함시켰다면 올해는 국화, 내년에는 파프리카와 포도, 느타리버섯까지 확대한다. 또 우수 스마트팜 농가를 대상으로 환경·생육·경영정보를 조사해 빅데이터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개발된 스마트팜 기술을 농업 현장에 적용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농진청은 스마트팜 기술 투입 시범농장을 육성하고 이에 대한 기술 지원을 위해 주산지별 표준모델 구축 등 ICT 융합기술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시설원예·축산분야 현장기술지원단(17개 분야 57명)을 운영해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을 농업 현장에 뿌리내리게 한다는 방침이다.

농진청의 이 같은 기술 개발 정책에 발맞춰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형 스마트팜’ 보급에 정책 역량을 쏟고 있다. 농식품부는 시설원예 분야에서 올해까지 현대화된 온실 면적(1만500㏊)의 40% 수준인 4000㏊를 스마트 온실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또 축산 분야는 연말까지 축산 전업농의 10% 수준인 730가구까지 스마트 축사를 확대한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