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 ‘사자’ 머스탱 ‘야생마’
쏘렌토·티볼리, 伊 유명휴양지
람보르기니는 鬪牛 이름 차용
벤츠·BMW, 알파벳·숫자조합
이름따라 인지도·판매량 영향
30개 중 추려 내며 1년반 고심
현대자동차는 지난 13일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행사를 통해 선보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름을 ‘코나(KONA)’로 정했다. 코나는 미국 하와이주 빅아일랜드 북서쪽 해안지역 이름이자 블루마운틴(자메이카), 모카(예멘)와 함께 세계 3대 커피로 인정받는 하와이안 코나 커피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현대차 측은 코나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부드러우면서도 젊은 이미지가 브랜드 최초 소형 SUV의 제품 특징을 잘 반영했다고 판단해 차명으로 확정했다는 설명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역시 어떤 이름을 갖느냐가 인지도 제고, 판매량 확대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교체주기가 길고 세대를 이어 이름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은 자동차는 이름이 미치는 영향이 일반 소비재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각 완성차업체는 차의 특징을 잘 표현하면서도 차별성 있고 귀에 쏙 들어오는 이름을 짓기 위해 보통 8~12개월, 길게는 18개월까지 긴 시간을 들여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터키어로 사자를 뜻하는 현대차 ‘아슬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멕시코만의 강한 바람을 딴 폭스바겐 ‘골프’.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업체들은 신차 출시 전 차명을 확정하기 위해 1차적으로 차급(세부 차종) 및 상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사내 공모나 전문업체를 통해 20~30개가량의 1차 후보군을 선정한다. 이후 1차 후보군을 대상으로 상품, 마케팅, 판매 관련 부서들의 투표를 진행한 뒤 10개 정도 후보군과 추가 제안 등을 더해 2차 투표를 해 5~6개 정도로 좁힌다. 이후 경영진이 최종 차명을 선정하는데 일반적으로 신차 출시 6~7개월 전 차명 선정을 완료하고 엠블럼 제작 등에 착수한다.
각 업체가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차명은 코나처럼 지명이나 바람, 동물 이름 등 자연에서 따오거나 신화 속 이름, 음악 용어, 알파벳과 숫자 조합(알파뉴메릭) 등이 많다. 현대차 준중형 SUV인 투싼은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의 도시 투산에서 따왔으며 중형 SUV 이름인 싼타페는 미국 뉴멕시코주의 주도인 관광지다. 베라크루즈 역시 멕시코 해안의 휴양도시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밖에 기아차 쏘렌토는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노래로 유명한 이탈리아 나폴리항 근처 휴양지 이름이며 쌍용차 티볼리 역시 이탈리아의 휴양도시 이름이다. 쉐보레 말리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유명 휴양지고 올란도 역시 플로리다주에 있는 관광지다. 토요타 시에나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의 도시 이름이고 닛산 무라노도 유리공예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 인근 섬의 이름에서 따왔다. 토요타 아발론은 실제 지명이 아닌 고대 켈트 신화의 아서왕이 전투를 치른 뒤 상처를 치유하러 간 낙원이다.
폭스바겐은 바람의 이름을 따 온다. 해치백의 대명사로 불리는 골프는 멕시코만에서 부는 강한 바람에서 따온 이름이고 폴로는 북극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뜻한다. 제타는 제트 기류를 의미하고 파사트는 아열대 지방에서 부는 무역풍을 독일어로 부르는 이름이다. 북아프리카에서 유럽 남부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인 시로코와 아드리아해에서 불어오는 차고 건조한 바람을 지칭하는 보라 역시 차명으로 쓰였다.
동물 이름을 차명으로 삼은 대표 브랜드로는 람보르기니를 꼽을 수 있다. 무르시엘라고, 디아블로, 가야르도 등 전설적인 투우 소의 이름을 따 강력한 주행성능을 강조한다. 과거 현대차 에쿠스는 라틴어로 개선장군이 타는 말이라는 뜻이었고 포니 역시 작은 말을 의미했다. 같은 회사의 아슬란은 터키어로 사자를 뜻하고 포드 머스탱은 야생마라는 뜻이다.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는 알파뉴메릭 방식은 이름만으로도 차의 성능 등을 짐작할 수 있어 가장 많은 브랜드가 사용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4년 모델 시리즈를 구분하는 A, B, C, E, S와 함께 SUV는 앞에 GL, 쿠페 CL, 로드스터 SL 등을 붙이는 명명법을 발표했다. 엔진 유형 및 구동방식에 따라 모델명 뒤에 디젤차는 d, 전기차는 e, 하이브리드차는 h를 붙인다. BMW도 1~7의 시리즈 숫자에 동력성능을 나타내는 두 자릿수 숫자를 더하고 기타 특성을 나타내는 알파벳을 합쳐 짓는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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