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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정찰記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21일(水)
왜관 ‘美軍 기갑 장비’ 철수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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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지난 5일 미 육군 군수 사령관인 구스타브 페나 대장이 대구에 위치한 미 제19원정지원사령부를 방문했다. 토머스 밴들 미 8군 사령관도 동행했는데, 경북 왜관의 ‘미 육군사전배치재고(APS·Army Prepositioned Stocks)-4’로부터 기갑부대 장비를 반출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왜관 APS-4에는 중무장 기갑여단 전투단(HBCT)을 무장할 수 있는 탱크·장갑차 등이 배치돼 있는데, 이를 빼내 다른 지역의 HBCT 장비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달 25일 마크 밀리 미 육군 참모총장이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기존 보병여단 전투단(IBCT) 일부를 HBCT로 재편성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날 밀리 참모총장이 예산 부족으로 새로 재편성되는 HBCT의 장비는 한국 왜관에서 가져와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APS는 해외 분쟁 발발 시 파견 규모 못지않게 파병 속도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개념이다. 즉, 파병 예상지역에 지상군의 완성 편성 장비와 탄약을 미리 저장해 두고, 유사시 개인장비만 소지한 병력을 급파해 그 장비로 싸우게 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 육군은 APS를 5개의 지역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는데, APS-1은 미국 본토, APS-2는 유럽, APS-3는 인도양, APS-4는 동북아시아, APS-5는 중동이다. APS-4에는 1996년부터 1개 HBCT를 무장할 수 있는 장비를 갖다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 측은 왜관의 기갑 장비를 반출하더라도 이것이 결코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 약화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던 인계철선(trip wire) 역할을 담당하던 미군 제2사단이 휴전선 부근에서 한강 이남인 평택으로 이전하는 마당에, 미 증원군의 주요 장비가 될 물자마저 빠져나간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주한미군 전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주한 미 지상군의 대폭 감축 혹은 철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주한 미군 사령관 등 장성급 간부들은 한·미 동맹엔 이상이 없다는 외교적 발언을 계속하고 있으나, 한국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음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경북 성주 사드 포대 배치 문제에 대한 입장은 섭섭함을 넘어 배신감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드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온 미군은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인가”하는 항의성 질문이 나오곤 한다. 특히, 일부 주민의 차단으로 연료를 비롯한 보급물자 수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헬기를 동원해야 하는 현실에 “마치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것 같다”는 거친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현재 성주 사드 포대 주둔 미군은 취사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야영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10일 의정부시 주최 미 2사단 100주년 기념 콘서트 파행 사건으로 많은 미군 장병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가 한·미 연합사령부의 사실상 해체를 의미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진행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렇다면 미 지상군을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주한미군 철수가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 해외기지인 평택기지는 탐나는 존재다. 평택기지는 북한 억제는 물론, 중국 견제용으로도 유용하다. 또, 이곳에서 병력을 뺄 경우 주둔 경비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 주요 인사들이 방한하면 평택기지를 보여주려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앨프리드 머핸 등 해양중심론자들은 ‘역외 섬 방어(offshore island defense) 전략’을 선호했다. 과거 6·25전쟁 직전 한국을 미군 방어선에서 제외한 애치슨라인도 그러한 전략적 기조에 따른 것이었다. 반면, 대륙의 주변 지대인 ‘림랜드(rimland)’의 역할을 강조하는 지정학자들은 한반도의 위치를 중요시한다. 그런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69년 괌 독트린을 통해 베트남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 점과 관련, 최근 미·베트남 관계가 발전하고 있는 사실도 흥미롭다. 올해 초 미국은 베트남 다낭에 APS 설치를 제안했으며, 베트남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이 없더라도 북한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현재 국군은 6·25 초기의 허약한 군대가 아니며, 첨단 장비로 무장해 있다. 그러나 군대는 싸워서 이기기에 앞서 전쟁 억제를 위해, 즉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 존재한다. 주한미군은 이를 위한 가장 강력한 장치다. 이것이 흔들릴 경우 김정은의 오판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6·25전쟁도 그렇게 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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