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는 전형적 포퓰리즘… 강행땐 법적대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세목(앞줄 왼쪽 세 번째)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자사고 폐지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서울 23개 자사고 교장 성명

“사전 협의·공론화 과정 전무
하향평준화 등 부작용 불보듯
되레 강남 8학군 부활될 것”

자학연 내일 폐지 반대 성명

정부와 교육청들이 추진하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 폐지를 놓고 교육계의 갈등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서울지역 자사고 교장들 모임인 서울자사고연합회(연합회)는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자사고 폐지는 정치적 진영논리에 입각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한 뒤 오는 28일 예정된 서울시교육청의 3개 자사고 재지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외고·자사고 등 폐지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교장들은 문재인 정부와 일부 진보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주장에 대해 ‘강남 8학군 부활’ ‘하향 평준화’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오세목(중동고 교장) 연합회장은 “문 대통령과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에 대해 단 한 번의 공론화 자리도, 해당 당사자들과의 협의도 가진 바 없다”며 “서울 23개 자사고는 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28일 경문고·세화여고·장훈고 등 자사고 3곳과 서울외고·영훈국제중 5개 학교에 대한 재지정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회는 자사고 재지정이 무산될 경우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오 회장은 “(자사고 폐지 정책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법적 책임을 물음과 동시에 그동안 자사고들의 노력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오 회장은 “무작위 추첨과 인성면접만으로 이뤄지는 자사고 입시를 위해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거의 없다”며 “자사고들은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수월한 교육프로그램과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지도로 빼어난 진학 결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자사고 폐지가 일반고 정상화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없다”는 논리로 설득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연합회는 오히려 강남 8학군 부활 등 자사고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오 회장은 “자사고 정책은 평준화 폐해를 막기 위해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된 제도”라며 “정부가 자사고를 없애겠다고 발표하자마자 하향 평준화 논란, 특수 학군의 부활 등 고교 획일화 정책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자사고 폐지 정책은 표를 얻기 위한 선거 구호였을 뿐, 경쟁이 사라져 발전 동력을 잃은 공교육 정상화의 대안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합회에 이어 자사고 학부모들의 모임인 자사고학부모연합(자학연)도 22일 이화여고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대규모 거리 시위를 진행할 방침이다. 유시현 자학연 총무는 “자사고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발을 모아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