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출근길 도심행진…“새 정부 상전행세 시작”

- 줄파업 비판·우려 잇따라

人道·3개 차로 완전 가로막아

전문가 “제도권 논의는 외면
명분없는 정치파업에 불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이달 말 총파업 돌입 등 실력행사를 예고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명분 없는 파업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는 이런 노조의 기세에 눌려 성과연봉제 철회 등 노동시장 개혁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비롯, 공공비정규직노조의 총파업 등 최근 노동단체의 파업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건설노조의 경우 이날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이틀째 상경 집회를 했다. 집회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인도와 3개 차로를 완전히 가로막아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이 빚어지며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친노동 성향의 새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노동계가 총파업 등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해석 등이 분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노동 친화적인 공약을 다수 내걸었고, 취임 이후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등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총파업 등을 강행하는 것은 ‘권력의 동업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노동계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해 향후 정부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선 산업현장에선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고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올해 임단협에서 회사 측에 60세인 정년을 노령연금 수령 시기까지 연장해 최대 65세까지 늘리고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관련 무급 전임자를 10명 더 늘려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갑을오토텍 노조는 10년 고용보장과 함께 경영상 해고 시 3년치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회사 측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부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노동계를 의식,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지난해 노동계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까지 불러왔던 양대 지침(일반해고·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을 폐기하는 등 친노동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또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을 추진하며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일자리 공약을 비판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반성하라고 질타하며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가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 등에 힘을 실어주는 디딤돌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계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면 어느 정도 양보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하는데,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현재 노조는 그런 태도를 보여줄 가능성이 낮다”며 “새 정부가 친노동 정책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 총파업 강행을 결의한 것은 누가 봐도 명분 없는 파업”이라고 꼬집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노동계도 일자리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 제도권 논의에 참여해 문제를 풀어가는 게 우선”이라며 “대화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는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강행하는 총파업은 정치파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의 한 축인 한국노총 또한 “노총 차원에선 총파업에 동참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진영·김남석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