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21일 공개한 악성 문자폭탄 사례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전달된 이들 메시지에는 욕설은 물론 가족에 대한 협박 내용까지 담겨 있다.
- 인사청문회 이후 조직화 양상
약속이나 한 듯 동일 시간대에
욕설 섞인 비슷한 내용 수천건
“주도자가 SNS에 암시 글 뒤
文 극성 지지자 일제히 폭탄”
정부에 고언한 與의원도 대상
“이번 주가 고비다… 전쟁이다”
‘문팬’에 독려 글 자주 올라와
비문(비문재인)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인사 5대 원칙을 깨면 안 된다’는 내용을 SNS에 올렸다가 문자 폭탄을 받았다. 새 정부 인선에 대한 야당 공세 수위가 높아지자 정부·여당에 원론적인 고언을 한 것인데, 이 의원의 휴대전화에는 당일 오후 정확히 6시 10분에 시작해 7시 50분까지 문자 폭탄 수백 개가 날아들었다. 대부분 욕설과 저주가 섞인 내용이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대장 역할을 맡은 사람이 트위터에 문자 공격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면, 그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이 문자 폭탄을 날리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탄핵에 반대했던 당시 여당 의원들에게 쏟아졌던 문자 폭탄이 새 정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조직화, 체계화되는 등 진화하고 있다. 당시는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의원들이 수백, 수천 건의 문자 폭탄을 맞았다.
그러나 최근 인사청문회 기간에 의원들에게 쏟아진 문자 폭탄은 동일한 시간, 비슷한 내용으로 쏟아진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문자 폭탄이) 특정 세력의 기획하에 조직적,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도 당 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문자 폭탄을 받았고, 그중 심한 욕설이 담긴 문자에 꾸짖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몇 시간 후 또 한 차례 문자 폭탄이 쏟아졌는데, 문자 대부분이 자신이 보낸 답장에 대해 반박하거나 조롱하는 글이었다. 이 의원은 “그룹 안에서 내 답장문자를 돌려보고, 집단적으로 공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런 문자 폭탄이 문 대통령과 여권 지지자 개인뿐만 아니라, 그룹별·조직별로 일사불란하게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실제 문 대통령의 팬클럽 ‘문팬’에는 ‘이번 주가 고비다. 전쟁이다. 전화·문자·댓글 총력전’이라며 문자 폭탄을 독려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야당 국회의원 사무실 전화 번호와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게시하며 문자 폭탄 공세를 선도하거나, ‘욕을 해서 상대방에게 덜미 잡히지 말고 고운 말로 본때를 보여주자’는 등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글들도 있다.
온라인 팬클럽 외 SNS와 단체 채팅방을 통해 문자 폭탄을 조장하기도 한다. 안경환 법무 장관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판결문을 공개한 주광덕 한국당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가 지난 17일부터 단체 채팅방 곳곳에서 떠돌았고, 1만 통에 가까운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주 의원은 “단순히 인신공격이 아니라 신변 위협, 욕설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문자 폭탄 공세를 어디서 집단적으로, 조직적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자 폭탄을 특정조직이 주도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날한시에 국회의원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까지 공유해서 문자 폭탄을 보내는 것은 특정조직이 배후에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소속의 한 의원도 “전쟁이 시작됐으니 문자 폭탄을 개시하자는 문자를 직접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윤희·송유근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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