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 “미국 소득 불평등 본질적 원인은 사회와 정치의 보수화 때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미국의 소득 불평등 문제는 근본적으로 사회와 정치의 보수화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21일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지난해 출간한 저서 ‘미국의 신자유주의 실험’의 북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악덕이고, 시장은 미덕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북 콘서트에서 “미국의 보수화는 승자독식체제와 결합해 정부의 재분배기능 약화, 노동조합의 퇴조와 최저임금 동결, 친기업적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불평등을 일으켰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 미국 사회에서 관찰되는 최악의 소득 불평등 사태는 ‘인재’의 성격을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부터 최고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이 낮아지고 사회복지 지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불평등이 심화하는 원인으로 낮은 최저임금과 금융산업 관련 규제 완화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1981년에서 2013년까지 미국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8배, 소비자물가는 2.6배 증가했지만 최저임금은 단 2.2배 올랐다”며 “미국은 1933년 제정된 글래스-스티걸법안에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 금지를 명시했지만 1980년 이후 이 같은 규제들이 연속해서 철폐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미국 사회에서 당분간 보수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불평등이 더 심해지면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1980년대 레이건 시대를 지나면서 보수 싱크탱크들의 활약과 보수 정치인들의 결집으로 보수화의 이념은 대중에게 널리 파고들어 퇴색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진보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돼 있는 상황도 보수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불평등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하게 된다면 지금으로써는 예상할 수 없는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