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와 詩人이 카메라로 포착한 세상

  • 문화일보
  • 입력 2017-06-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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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생각하고 철학이 뒤섞다 / 이광수·최희철 지음 / 알렙

요즘은 누구나 사진가다. 촬영 기기, 즉 스마트폰의 사진 촬영 기능이 웬만한 전문가급 카메라 뺨칠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수히 많은 현실의 여러 모습이 무차별적으로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져 스마트폰에 저장되고, SNS상에 유통되고, 얼마간 기간이 지나면 삭제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얼마나 자신이 스마트폰으로 잡아낸 이미지들을 제대로 관찰하고 있을까. 자기가 보고 싶은 사물만 눈여겨본 뒤 함께 촬영된 다른 사물들 앞에선 ‘눈뜬 장님’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사진 찍는 인문학자인 부산외국어대 이광수 교수와 철학 하는 뱃사람 최희철 시인이 주변에 너무 흔하고 그래서 의미조차 묘연해진 ‘사진’을 각기 자신의 시선으로 살펴보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떠나는 여행을 이광수 교수는 눈과 결별하는 일이라고 했다. 감각의 관성에 길든 시선이 아닌 카메라에 비친 세상은 세계를 바라보는 일에 뜻하지 않은 재미를 준다. 카메라는 분명 시각에 들어오는 세상을 포착한 것인데, 화면에 드러났을 때는 예기치 않은 세상이 펼쳐진다. 그 안에서 사진가는 세상의 숨겨진 온갖 이미지를 새롭게 발견한다.

시인은 사진가가 찍어낸 사진을 놓고 세상에 대한 생각으로 세계를 해석한다. 시인은 사진을 보면서 이 세계에 대한 존재론을 설파한다. 이를 위해 스피노자의 모두스(modus·양태) 개념이 등장한다. 양태는 실체의 표현 부분을 말한다. 눈 앞에 펼쳐진 찰나적 장면인 양태가 담긴 사진은 사진가에게 기억의 도구다. 그런데 시인은 사진에 포착된 모습에서 의미를 끌어내고 이때 사진은 존재의 도구가 된다. 그래서 사진은 시인에 의해 존재가 기억되는 문법, 양태의 영원을 담보하는 조건이 된다.

저자들은 2년 전에도 사진을 두고 자유로운 사유의 세계를 펼치며 ‘사진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라는 책을 내놓았다. 책에서 그들은 눈과 카메라와 사진 이미지라는 세 개의 차원이 만들어내는 생각의 향연을 펼쳐 보였다. 이후 이광수 교수는 인도를 두 번 다녀왔고, 최희철 시인은 태평양을 두 번 횡단했다. 사진가와 시인이 그동안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세상에는 혼돈이 낳은 뒤섞임의 풍경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인도의 갠지스 강 앞에서 그들은 신성과 속성이 결코 구분된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그래서 혼돈의 풍경 앞에서 그들은 단조로운 불쾌함이 아니라 화려한 변주, 다양함의 아름다움을 접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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