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fty+ >“목재가 된 나무는 무엇이 될지 몰라… 그 쓰임새를 만드는 건 바로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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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 꿈꾸는 강오원 목수

“내 이름은 오원이다. 내가 하는 일에 너무 과한 가치와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오원(66·사진) 목수는 주위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자신을 낮췄다. 최근 TV 방송에서 ‘달인’으로 소개돼 하루 걸려오는 전화만도 수십 통이다. 여기에 목공예를 배우려는 수강생까지 마치 자신을 인생 스승처럼 대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는 “(나는)그냥 목수다. 나무를 깎고 다듬는 데 무슨 철학이 있겠냐”며, 목공예를 배우면서 인생수업까지 결부시키려는 것에 조금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목수 일을 해온 그에게는 그만큼의 세월이 쌓아 올린 내공이 엿보였다. “처음 목재가 된 나무는 무엇이 될지 모른다. 그 쓰임새는 내가 결정하고, 내가 만드는 것이다.” 강 목수는 그렇게 자신의 외길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가 숭의목공예마을의 상징인 ‘제페토 할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싶어 했던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그는 목공을 하는 사람이면 자신이 손댄 나무에 온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미술 조각을 전공한 그는 19세 때 경북 안동에서 이곳 인천에 올라와 밥벌이로 목수 일을 시작해 지금은 이곳 목공예마을협동조합 이사장까지 맡았다.

강 목수에 따르면 1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에서 목수로 밥 벌어먹던 이들이 많았다.

언제부턴가 규격화된 기성 가구가 늘면서 지금은 몇 안 되는 목수들만 남아 간판이나 문짝 등을 제작하며 소일거리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3년 전 그가 남은 동료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구청에서 운영하는 목공예센터에서 목공예 기초과정에서부터 가구 만들기 심화 과정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예전에 활기찼던 목공예마을의 부흥을 이끌어 보자는 취지였다.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자신도 지난해 목공지도사 2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는 그는 지금은 본업이 목수에서 강사로 뒤바뀌는 것 같아 ‘후회막급’이다 .

강 목수는 “관공서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니 어쩔 수 없이 ‘자격증’이란 것을 취득했지만 인생을 살면서 그런 증명서가 왜 필요한지 지금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에게 목공을 배우는 이들 중에는 특히 중·장년층이 많은데, 이들 역시 무슨 자격증을 필요로 해서 온 것은 분명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