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악수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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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문화권마다 인사법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손을 맞잡는 ‘악수(握手)’는 인류 보편의 인사법으로 정착됐다. 무기를 들었던 오른손을 맞잡으면서 적의(敵意)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던 데서 유래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같은 악수지만 온기와 힘이 전달되는 만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메시지가 천차만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특한 악수 스타일에 중요한 외교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오는 29∼3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처음 대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악수를 할지도 관심이다. 엘리베이터 버튼도 다른 사람이 이용했다고 누르지 않을 정도로 결벽증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각국 정상들과 한 악수를 통해 호불호(好不好)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당선자 시절 가장 먼저 달려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19초 동안 손을 놓지 않고 온 힘을 주어 악수를 했다. 아베 총리의 손이 피가 안 통해 하얗게 될 정도로 꽉 잡았다. 그만큼 강한 미·일 관계를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손등까지 토닥이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반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만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사진 기자들의 요청에도 못 들은 척하면서 끝내 악수를 하지 않아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무역·이민·환율 등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독일과 부딪쳤기 때문이다.

이런 괴팍한 악수법이 알려지자 젊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흔들지 못하도록 센 악력으로 꽉 잡아 되레 역공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손이 하얗게 되고 흰 뼈가 보일 정도였다. 후일 마크롱 대통령은 조언을 듣고 미리 준비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악수는 순수한 행동이 아니었다. 진실의 순간이었다”며 “비록 상징적인 것일지라도 작은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북핵 접근법 등 여러 부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두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만 봐도 회담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며칠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문 대통령도 악력기로 손힘을 많이 키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