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출신 교육감, “전교조에 협조하라” 서한문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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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 출신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관내 교장·교육장들에 보내
“전교조는 엄연한 교직단체
단협 이행에 앞장서 달라”

정치적 중립성 위반 논란
교장들 “초법적 지시” 반발

박종훈(사진) 경남도교육감이 22일 지역 내 일선 학교 교장과 지원청 교육장들에게 ‘전교조에 협조하라’는 취지의 서한문을 내려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법원의 ‘전교조 법외 노조’ 판결이 난 가운데 전교조 출신인 박 교육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전교조를 과도하게 감싸는 서한문을 보낸 것을 놓고 23일 일부 교장들이 반발하고 있다.

박 교육감은 ‘교직단체와 상생의 협력문화를 당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서한문을 통해 “새 정부 출범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폐지가 시행됐고, 이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전교조의 합법적 지위 회복 문제”라며 “전교조는 엄연한 교직단체이자 교육동반자”라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재합법화를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한 번도 논의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지만, 박 교육감은 정부가 법외 노조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전교조의 뜻을 받아들여 재합법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견했다. 박 교육감은 “교직단체에 대한 판단은 외부보다 교육현장의 의견이 우선돼야 한다”며 “새 정부는 전교조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전교조를 포함한 교직단체와 맺었던 단체협약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교육장과 교장들이 앞장서 달라”고 요구했다.

교장들은 박 교육감의 전교조 감싸기 서한문에 반발했다. 경남지역의 한 학교장은 “교육감의 의지가 담긴 서한문을 일선 학교장들은 교육청의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전교조 법외 노조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힐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육감이 교장들에게 초법적인 지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전교조는 법외 노조’라는 판결을 받아, 현재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한 상태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해석이 담긴 박 교육감의 서한문 내용은 법원의 판단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는 “합법 노조가 아닌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교육부의 해석과도 정면 배치된다. 교육부는 법원 판결 이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전교조 단체협약 효력 상실을 통보했다. 이날 현재 경남을 비롯해 서울, 세종, 광주, 강원, 전북, 제주 등 7개 교육청을 제외한 10개 교육청이 통보를 이행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