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희롱’ 얼룩진 서울동물원…원장도, 사육사도 여직원을

동물원장 대기발령·내부 조사

여직원 상의주머니에 과자 넣고
직원들에게 “꺼내 먹어라” 발언

어깨 주무르는 등 과도한 접촉
男사육사도 女직원 수시로 희롱

서울시가 여직원 성희롱 의혹이 불거진 이기섭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을 대기발령 후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동물원에서는 동료 남 직원의 성희롱을 견디다 못한 여직원들의 신고로 해당 직원이 전보 조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잇단 성희롱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공직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이 원장을 시 행정국으로 대기발령 내고 동물원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 원장은 사무실에서 한 여직원의 상의 주머니에 과자를 넣은 후 “과자를 먹고 싶은 사람은 꺼내서 먹으라”는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야간까지 비상 근무 중이던 지난해 12월엔 한 여직원에게 “관사에서 자고 가라”고 말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시에서는 이 원장이 평소에도 여직원들의 어깨를 주무르는 등 과도한 신체 접촉을 해 온 사실에 대해서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지난 20일 진행된 서울시 조사에서 자신의 발언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관사에서 자고 가라는 말에 대해선 “밤새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을 배려한 호의였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이달 내 이 원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법률 검토를 거쳐 다음 달 중으로 감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 2016년 1월 취임한 이 원장은 올해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불명예 퇴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화일보는 이 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동물원에선 남자 직원에 의한 성희롱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육사에 근무하던 한 직원이 여직원 2명에게 “내가 결혼을 안 했으면 사귀었을 수 있다”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 온 사실이 이달 초 여직원들의 신고로 드러났다. 신고를 접수한 동물원 측은 이 직원을 총무과로 발령내고 사육 업무에서 제외했다. 동물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기관의 대표가 앞장서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데 내부 기강이 제대로 확립될 수가 없는 것”이라며 “성희롱 의혹이 계속 불거지면서 여직원들 사이에서 동물원이 ‘짐승’들로 넘쳐난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온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