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67돌 6·25’ 韓美동맹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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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영 서울대 명예교수 국제정치학

한·미동맹은 6·25 전쟁이 남긴 소중한 유산이요, 대한민국 안보의 초석이다. 휴전 후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한·미 동맹에 입각한 양국의 효과적 억지·방어 정책 덕분이다. 67년 전의 6·25 전쟁에서 15만 명 이상의 미군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금도 2만8500명 정도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 미 제2사단은 1950년 11월 말 평안도 군우리에서 매복한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후퇴하던 중 극심한 피해를 봤다. 그렇지만 1951년 2월 14일 시작된 양평군 지평리 전투에서 중공군의 춘계공세를 결사 저지해 미군 전사에 길이 남을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우리가 오늘날 누리는 자유는 미군들의 무수한 희생 덕분이다.

3년여에 걸친 전쟁은 평화 대신 휴전으로 끝났다. 특기 사항은, 2만여 명의 반공포로를 석방한 이승만 대통령의 대담한 승부수와 이를 통한 한·미 상호방위조약 확보다. 만약 당시 이 대통령이 외세의 결정에 수동적으로 대처했더라면, 한·미 동맹을 주축으로 하는 오늘의 대한민국 안보와 번영을 생각하긴 힘들다.

휴전 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가 크게 변했다. 한국은 눈부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성공적 국가가 됐다. 반면, 북한은 3대에 걸친 권력세습, 계획경제체제 붕괴, 핵과 미사일 개발로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독재국가가 됐다. 미국의 영향을 받은 한국과 구 소련의 영향 아래 있었던 북한의 차이는 자명하다.

곧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핵·미사일 문제를 비롯한 양국의 공통 관심사를 협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의 눈치를 보며 지연시키고 있는 것을 이해 못한다. 특히,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도 있으며,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미 전략무기 전개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야 함을 못 박았고, 한·미 군사훈련 축소는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닐 것이라고 거부 입장을 비쳤다. 일단 진화를 시도했으나, 불씨는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 수정과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에도 응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두 정상이 친숙해지고 신뢰를 구축하는 좋은 기회라는 희망적 사고는 이르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 참모진들의 견해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불협화음의 폭을 좁히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좋을 것이다. 자존심과 주도권도 좋지만, 국제사회는 이상주의보다는 현실주의가 강하게 지배하는 사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 기대나 판단은 위험하다. 북한은 나름의 비전과 전략 및 의지로 어렵게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왔다. ‘동결-포기’의 2단계로 쉽게 물러날 리 절대로 없다. 잘못된 인지는 우리 안보를 그르칠 수 있다. 1967년 6일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이집트가 큰소리치지만 선제공격 능력이 없다고 오판했다가, 1973년 10월 전쟁(욤 키퍼 전쟁) 때 존망이 걸린 위기상황을 맞았었다. 독자적 방어력을 준비하지 않고 한·미 동맹을 소홀히 한다면, 한국도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1950년 1월 12일 미국은 국방력이 빈약한 한국이 자국의 방어선(애치슨라인) 밖에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북한의 전면 남침을 고무시켰다. 6·25 전쟁의 소중한 유산과 교훈은 굳건한 한·미 동맹 유지와 강화라는 점을 재삼 강조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