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권의 멘털 노트>‘갤러리 울렁증’에 실수 연발… ‘잘 치자’ 생각부터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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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면…

“누군가가 쳐다보고 있으면 힘이 들어가 망가져요. 파 3홀에서 앞 팀의 사인을 받을 때면 죽을 맛이죠.”

이런 넋두리를 늘어놓는 골퍼들이 종종 있다. 다른 이가 보고 있으니 ‘잘 쳐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샷이 흔들린다. 편안하게 잘 치다가도 여럿이 자신의 스윙을 지켜보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일종의 관중 울렁증인 셈이다. 프로선수 중에도 갤러리나 카메라 울렁증으로 고생하는 이가 의외로 많다.

지인 중 A가 그렇다. A는 평소 친구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골프를 할 때면 자신의 핸디캡에 맞는 70대 초반 타수를 꾸준히 유지한다. 하지만 동창 모임에서 기수별 대항전, 고교별 대항전을 벌일 때면 훨씬 많은 타수로 무너지곤 한다. 이처럼 누군가가 쳐다보고 있을 때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를 ‘사회적 억제(social inhibition) 현상’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기대하면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이로 인해 수행(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골퍼들이 동반자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을 때 파 3홀에서 사인을 받는 경우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죽을 맛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샷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이때마다 죽을 쑬 수는 없다.

저명한 심리학자 로버트 자욘스 박사는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거나 기대하고 있는 게 수행을 떨어뜨리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거나 기대하고 있을 때 오히려 수행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를 ‘사회적 촉진 효과(social facilitation effect)’라고 한다. 집에서 혼자 공부할 때보다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공부가 더 잘된다거나, 체육대회에서 응원하는 친구들이 있을 때 이기는 경우가 더 많은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강연자가 자신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 있을 때 말을 더 잘하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사회적 억제 현상과 사회적 촉진 효과는 언제 일어나는 것일까. 자욘스 박사는 쉽거나 숙련된 과제일 때는 타인의 존재가 더 나은 수행 결과(사회적 촉진 효과)를 불러오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 새롭거나 덜 숙련된 과제의 경우에는 오히려 수행능력이 저하(사회적 억제)된다고 설명했다.

주말 골퍼든 프로든 갤러리를 피하기 어렵다. 이때는 누구나 긴장한다. 명예가 걸린 경기이거나 상금이 많은 대회라면 더욱 그렇다. 우선 긴장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쉽지 않기에 평소 긴장을 다스리는 수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자욘스 박사의 관점에서 보면 과제의 난도를 낮추는 것이다. 골프에서 과제의 난도를 낮춘다는 것은 볼을 쉽게 잘 치는 것을 의미한다. 골프가 결코 쉬운 운동은 아니기에 잘 친다는 것이 쉽진 않다. 100타를 치든, 70타를 치든 골프를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열심히 배우고 익히면 된다.

‘골프여제’ 박인비(사진)가 좋은 예다. 박인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6개월 앞두고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를 다쳐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어렵게 올림픽 출전을 결심했을 때 격려뿐 아니라 의심과 비난이 쏟아졌다. 국가를 위해 겨루는 올림픽이기에 다른 선수에게 출전권을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엄청난 중압감이 그를 짓눌렀음은 자명한 일.

박인비는 “내 인생, 골프 경력을 통틀어 그토록 열심히 운동한 적이 없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그렇게 필사적이었던 때는 없었다”고 당시의 심적 고통을 털어놨다. 진정한 ‘골프 여제’다운 해결법이었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경쟁한다. 경쟁적인 상황에 직면하면 우리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들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떤 건지를 알아차리는 것은 쉽지 않다. 박인비의 말과 함께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뜻을 깊이 새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