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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26일(月)
‘서비스 稅政’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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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개청 51년이 된 국세청은 사정기관이자, 권력기관으로 불린다. 조세권, 세무조사를 토대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온 게 사실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최고 권부의 심복’이란 표현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재계를 장악하기 위해 정치 사찰을 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중요 정보사항은 국세청장이 직접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이런 권한을 ‘남용’했다가 뒤탈이 난 게 1997년 말 대선 때의 ‘세풍(稅風)사건’이다. 세무조사 편의를 내세워 대기업들로부터 자금을 거둬 들여 정치권에 전달한 사건으로 부끄러운 정치사의 주연급 역할을 했다.

그동안 국세청의 이미지는 많이 바뀌었을까. 영문 표기(NTS·National Tax Service)답게 ‘서비스기관으로의 환골탈태’를 다짐한 게 여러 차례다. 역대 청장 취임은 물론, 연례행사로 세무행정 지침 하달 회의인 ‘전국 세무관서장회의’ 때마다 빠지지 않고 단골로 나왔던게 ‘국민과 함께 하는 세정을 통한 신뢰 확보’이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국세청을 대하는 국민과 납세자의 시선은 크게 바뀌지 않은 듯싶다. 사례 하나. 지난 20일 A 지방국세청. 40, 50대의 두 사내가 약간 얼이 빠진 채 청사를 빠져나왔다. 그러곤 위로의 말을 나눴다. “액땜했다고 쳐요.” “아, 말도 못해, 참. 내가 이것 때문에 며칠 잠을 못 잤어. 뭘 잘못했는지. 조사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야.”

앞서 올 초 취재한 B그룹. 사후에 알고 보니 국세청이 100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 계좌를 모조리 털었다고 했다. 한 임원은 “그런데 (탈법·불법행위가) 나온 게 없었다. 이미 퇴직한 임원의 아내 계좌까지 뒤졌는데…”라고 했다. 영장 없는 개인계좌 추적인 금융정보조회다. 이 그룹의 회장도 의례적 인사차 국세청에 들어갔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경고성 ‘훈계’를 듣고 매우 당혹해 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2만 명이 넘는 직원을 둔 국세청은 국가 운영의 혈맥인 세금 징수기관이다. 물론 불법·음성적인 거액의 탈세·탈루를 궁리하고 있는 이들도 엄존한다. 이들을 발본색원하거나 성실 신고를 유도할 수단으로 세무조사 권한을 위임받은 특성을 고려하면 사정기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자체가 권력화된다면, 본말의 전도다. 권력기관으로 간주되는 것은 사찰성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정치권력 등 특정 목적을 의식해 조사의 칼날을 휘둘렀거나 조사 대상 선정과정의 공정성을 배제하고 타깃형 조사를 했던 전력 때문이다. 조사 건수를 줄이고 성실 신고를 유도해 많은 세수를 확보하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아직 약하고 두려운 존재로까지 인식하는 배경이다.

지난 5월 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국세청은 업무보고 과정에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아닌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날 방안’을 다뤘다고 밝혔다.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게 아니라면, 내일 취임하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세청장과 직원들은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평 세정(公平稅政) 여부가 과거 왕조, 국가 안위를 뒤흔들었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과세관청에 대한 신뢰가 높으면 납세순응도 역시 높아진다. 세금 거두기가 쉽다는 의미다.

horizon@
e-mail 이민종 기자 / 사회부 / 부장 이민종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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