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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황진선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26일(月)
사시 폐지에도 제자리 못 잡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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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선 논설위원

사법시험이 지난 토요일까지 연세대에서 나흘간 치른 2차 시험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사법시험 폐지를 예정한 변호사시험법에 대해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이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없다. 올해 1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당선한 김현·이찬희 변호사는 모두 사법시험 폐지를 내세웠다. 두 단체의 지난번 회장은 모두 사시 존치론자였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미우나 고우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유일한 법조인 양성 제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로스쿨은 2009년 3월 1일 개원했지만, 지금까지 그 공과(功過)를 따져보는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종합 연구는 없었다. 변호사회와 언론에서 세미나 등을 통해 산발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하는 수준이었다. 국가의 입법, 사법, 행정의 세 축 가운데 한 축을 떠받치는 사법부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법조계가 자기 사명을 다하려면 로스쿨이 인재 양성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헌재는 변호사시험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해, 수준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해 사법 개혁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로스쿨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학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것은 합격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해 ‘고시 낭인’을 양산하는 사법시험의 병폐를 해소하고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시 낭인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현재 ‘변시 낭인’ ‘변호사 낭인’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의 발전에 따른 다양한 법률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이 양성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올해 1월 치른 제6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51% 수준이었다. 2명 중 1명꼴로 낙방한다. 로스쿨은 학원화하고 있다. 소송 실무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합격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로스쿨이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키울 교육을 할 엄두를 낼 수 있을까.

가장 뼈아픈 비판은 ‘돈스쿨’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라는 것이다. 3년 동안 사립 로스쿨을 다니려면 생활비까지 합해 2억 원이 든다. 따라서 기업가나 전·현직 고위 관료 같은 상류층 자녀만이 로스쿨을 통해 법조계를 포함한 좋은 취직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입학 절차가 불투명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테면 면접 같은 정성평가에서 특권층 자제에게 점수를 더 줘서 합격시킨다는 것이다. 일종의 계급 고착화다. 그러니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고, 성공과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는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헌재가 변호사시험법에 대해 5 대 4로 아슬아슬한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그 때문이다.

로스쿨의 대대적 개혁이 시급하다.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입학 기회를 분명하게 할당하고, ‘코끼리 비스킷’ 같은 장학금을 확충해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변호사 숫자는 로스쿨이 도입된 뒤 크게 늘기 시작해 2008년 1만여 명에서 2015년에 2만 명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변호사 낭인’, 곧 집을 사무실로 등록해 놓고 겨우 버티는 재택(在宅) 변호사도 늘고 있다. 로스쿨을 통폐합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정원을 줄이거나, 변호사 시험을 절대 평가제로 바꾸자는 논의도 있다. 반대로 송무 영역을 벗어나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관료주의화를 비판하며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인사권의 축소·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법관 서열 유지와 법관 재임용 탈락용으로 활용된다는 이유로 고등부장 승진과 법관 근무성적평정제의 폐지도 논의한다고 한다. 물론 공정한 재판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는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나 합리적·민주적 통제도 받지 않으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이를테면 공·사기업을 막론하고 일반화한 근무성적평정제를 폐지하면 국민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아직 법관대표회의는 후배 법조인 양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심이 있는 것 같지 않다. 로스쿨 개혁도 사법개혁의 중요 과제로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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