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가계부채보다 심각한 자영업자 채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남규 서울대 교수 경영학

자영업자 대출 규모에 대한 경고등이 여기 곳에서 울리기 시작한다. 정확한 통계 지표가 잡히지 않는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규모가 2015년 460조 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520조 원으로 1년 사이에 무려 13%나 증가했다.

지난 2월에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수도 이미 550만 명을 넘었으며, 자영업자의 비율 역시 25%를 넘어서 OECD 평균치 대비 거의 2배에 근접하고 있다. 우리보다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나라는 그리스, 터키, 멕시코, 이탈리아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가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150만 명에 대해서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 1인당 부채 규모가 3억5000만 원 정도다.

자영업자 부채는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부채보다 건전성과 파산에 따른 파급 효과 관점에서 훨씬 위험하다. 대부분의 자영업은 진입 장벽이 낮고 경쟁이 심해서 수익 구조가 좋지 않다. 따라서 대출 금리 인상이나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작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사업 건전성이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밑천으로 추가 대출을 받아서 자영업에 진출하기 때문에, 자영업이 무너지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추가적인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은행 대출을 위해 연대 보증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 자영업자 1명이 무너지면 개인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 때에 따라서는 주변에 있는 여러 가족이 경제적 곤경에 빠지는 사례가 흔하다.

자영업자의 대출은 더는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자영업자 대출 문제를 대비할 수 있는 더욱 더 창의적인 대책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자영업자 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일은 정확하고도 세밀한 통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일부 발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이 약 670조 원이라는 자료도 있다. 통계 수치가 이렇게 다른 이유는 개인사업자 대출과 가계대출 간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중복으로 잡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자영업자 대출은 생계형·기업형·투자형 등 다양한 유형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부동산 임대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상당하다. 따라서 세부 유형별 대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야 자영업자 대출을 치밀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직장 퇴직이 바로 자영업 진출로 연결되는 경우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퇴직 이후 생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조급하게 자영업으로 진출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퇴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기간을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 비록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대다수지만, 특정 자영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동종 자영업에서 적어도 6개월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자영업 진출을 위한 준비 기간에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면, 기존 자영업자들에 대해서 급여 보조 형식으로 취업을 확대할 수도 있다.

자영업에 진출하는 방식도 창의적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대다수 자영업은 포화상태여서 자영업 진출이 제한된 시장에서 지나친 경쟁으로 연결된다. 반면, 특정 지역을 단위로 동종 또는 유사 업종끼리 개인 사업자들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해당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모두가 상생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