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위기감 확산… 일각선 “제2 창당해야”

박주선 “조직적 개입했다면
구태 범죄 정당… 해체해야”
檢수사에 철저한 협조 밝혀

박지원 모르쇠 - 안철수 침묵
안이한 대응 싸고 불만 팽배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국민의당에서 28일 ‘당 해체’ ‘제2 창당’ 등 새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사건 자체로 당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했을 뿐 아니라, 대선판을 뒤흔든 조작 사건임에도 책임 있는 인사들이 침묵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안이한 대응 방식이 논란거리가 되면서 “당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패배감이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우리 당이 추구했던 새 정치와는 거리가 먼 조작 사건이 발생했고, 또 이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고 국민이 자상하게 이해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면서 “제2 창당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탈당과 관련해선 “무책임하게 비칠 수 있다”고 일단 선을 그으면서도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서 해야 할 상황”이라고 여지를 뒀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만일 범죄행위가 (당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꼬리 자르기를 한다면 이 당이 존재해선 안 된다”면서 “새 정치를 주도하는 정당이 아니라 구태 범죄 정치하는 정당이니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철저한 검증과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비대위원장이 당 해체를 언급할 정도로 당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4·13 총선 이후 1·2당으로부터 끊임없이 합당과 연대설로 공격 대상이 되면서 ‘당 해체’ ‘합당’ 등의 단어는 금기시돼 왔기 때문이다.

김태일 당 혁신위원장 역시 CBS 라디오에 출연, ‘당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수준인가’라는 질문에 “여러 위기가 있지만 신뢰가 없는 정당이 어떻게 존립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는 “혁신위원장을 맡아 여러 의제를 생각해 뒀는데, 이런 문제에 직면하면서 신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당분간 그 문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처럼 당 해체 수준의 고강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시 선거를 책임졌던 인사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지원 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몰랐다”고 했고, 안철수 전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까지 사흘째 침묵을 이어갔다.

국민의당은 또 당원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으로 사실상 결론 내리고, 문준용 특혜 취업 의혹 동시 특검을 제안하면서 꼬리 자르기·물타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