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카타르와 협상 안해”… 압박 강화

美 “사우디 무리한 조건 요구”
카타르도 맹비난… 대치 가속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가 단교 해제 전제 조건으로 카타르에 제시한 내용은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 수니파연합 국가들이 카타르에 일방적으로 단교를 선언한 이번 사태는 쿠웨이트, 미국 등이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미 국무부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카타르 외교장관과 회동했다. 카타르 단교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알타니 외교장관은 틸러슨 장관에게 “아랍국가들이 근거 없고, 요구도 아닌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요구는 반드시 현실적이고,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미국과 그들의 요구사항이 합리적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틸러슨 장관은 쿠웨이트 외교부 고위 관계자도 만나 카타르 단교 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계속해서 카타르 단교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사우디 등이 무리한 요구 제시를 통해 카타르를 계속 도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카타르 단교 사태 해결을 위해 역시 미국을 방문한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교부 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카타르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협상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지는 이제 카타르에 달렸다”고 했다. 하지만 카타르 역시 국영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사우디 등을 맹비난하고 있다.

미국의 중재에 의해 사우디 등이 최근 카타르에 전달한 단교 해제 13개 요구 사항은 △국영 알자지라 방송 폐쇄 △이란과의 단교 △카타르 주둔 터키군 철수 등이다. 사우디 등은 카타르에 10일 만에 검토해 입장을 알려달라고 요구했었다. 미국 국무부는 사우디 등이 카타르에 13개 요구 사항을 전달한 직후 “합리적이고 실행 가능한 리스트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28일 “미국의 중동 정책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혼선은 중동지역 국가들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혼선의 배경에 대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배후에는 유대인인 백악관 고문 재러드 쿠슈너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