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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28일(水)
文대통령 주변의 新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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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요즘 매일같이 청와대 앞 인도에서는 하루 종일 민주노총과 종로구청 관계자들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청와대 앞길이 26일부터 전면 개방된 것을 전후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인도를 점령하고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비닐을 이용해 천막을 세우고 차양까지 설치했다. 종로구청 직원들이 불법 시설물이라고 철거하면 민주노총이 또 설치하는 일이 반복됐다. 청와대 구경을 나온 시민들은 위험한 찻길로 피해 다녀야 한다. 49년 만에 열린 시민 공간을 버젓이 차지하고 주인 행세하는 데도 욕먹을까 봐 항의도 못 하고 피해 다녀야 하는 장면이 지금 문재인 정부가 처한 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었으니 빚진 것을 내놓으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이고, 청와대는 “1년만 기다려 달라”며 쩔쩔매고 있다. 민주노총은 오는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단행해 출범한 지 50여 일밖에 되지 않은 문 정부에 100가지 ‘촛불 청구서’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취임사에서 “1600만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라며 “공무원은 촛불 혁명을 받드는 도구”라고 규정했으니 자초한 일이다. 민주노총, 전교조 등이 온통 광화문 일대를 차지하고 빚쟁이처럼 행동하고 있으니 시민들은 그저 묵묵히 불만을 속으로 삼킬 뿐이다. 전체 노동자의 3%밖에 되지 않고 연봉 1억 원에 육박하는 고액 임금을 받는 노조가 주축인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이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기득권이다. 자영업자,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들은 이들의 기득권 앞에 그저 힘없는 시민에 불과하다.

청와대라도 중심을 잡고 국민 전체를 보고 가야 하지만 그럴 능력이 있는지 걱정이다. 말로는 ‘준비된 정권’이라고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인사(人事)·정책 모두가 빈약할 따름이다. 사실 지금 여권이 박근혜 정권 내내 한 것이라곤 솔직히 ‘심판 팔이’밖에 없다. 박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정권 심판 프레임을 걸어 발목을 잡아 왔다. 독자적인 의제 설정이나 대안 제시는 없이 분노를 조직했고, 다행히 터져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문에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다. 스스로 힘이 없으니 국민에게 빌려 쓴 촛불을 이제 갚아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처음부터 방향이 엇나가고 있다. 이제는 ‘심판 팔이’ 대신 ‘적폐 팔이’로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 사드, 위안부 협상,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4대강, 세월호 등 과거 정권의 온갖 문제를 다시 파헤칠 작정이다. 천안함 폭침까지도 재조사하자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되고 구속된 마당에 보수정권 9년을 다 들춰내 새 정권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동력이 얼마나 오래 갈까.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고 야당이 제대로 힘쓰지 못할 때 정말 중요한 민생·개혁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적폐 청산’이 시원하긴 하겠지만, 국민은 자신의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현 정권을 심판하려 들지 모른다. 세월호 사건만 해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돼 있고 선장 등 책임자들은 이미 사법처리됐다. 국민 세금 수천억 원을 들여 선체를 인양하고 수색도 마쳐간다. 그런데 또 여당은 세월호 특조위 2기를 만들겠다고 한다. 모든 진실이 100% 다 밝혀지면 좋겠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다. 유족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정부와 사회가 할 일이다.

문 정부가 지금 싸워야 할 것은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 촛불을 넘어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 벌써 2개월이 가까워져 오지만 첫 관문인 인사에서도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준비되지 않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말로는 개혁을 하겠다면서, 방산업체 고문으로 수십억 원의 자문료를 받은 이를 국방부 장관에, 음주운전에 임금을 체불한 대학교수를 고용노동부 장관에, 논문 표절에 ‘계급해방·자본착취’ ‘사회주의를 상상하자’는 이를 교육부 장관에 임명하겠다는 발상을 보면 한심하다. ‘임신한 여선생님에게 성욕을 느꼈다’는 변태 같은 얘기를 버젓이 하는 인물이 대통령 옆에서 참모를 하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이제 국민은 정권교체로 내 삶이 얼마나 나아지고 안전해졌는지 평가해 볼 것이다. 조직화된 소수의 기득권 옹호를 넘어 국민 다수를 보는 혜안이 절실하다. 촛불 청구서가 아닌 ‘국민 청구서’를 받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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